[日 신용등급 강등] 예고된 악재… 국내외 금융시장 차분

입력 2011-08-24 22:19

금융시장은 비교적 차분했다. 9년3개월 만에 일본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됐지만 이미 시장에 충분히 알려진 이슈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껏 계속된 엔화 강세 흐름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3%, 일본 닛케이지수는 1.07%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대만 가권지수는 0.5∼0.6% 하락 폭을 보였다. 아시아 증시는 개장 초기 강세를 보였으나 일본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 반전했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뒤 전 세계 증시가 3∼6% 하락하며 공황상태에 빠진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엔·달러 환율도 이날 서울 외환시장 마감 무렵 전날보다 0.13엔 오른(엔화 가치 하락) 76.64엔을 기록, 변동 폭이 그리 크지 않았다.

정부와 금융 전문가들은 일본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충분히 예고됐었다는 것이 가장 큰 근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 자체의 신용평가사도 이미 (일본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했다”며 “우리는 강등까지 될 일은 없다”고 했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신용등급 논란은 예전에도 있었고, 2002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강등시켰을 때에도 큰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낮다는 점은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대신증권 박중섭 글로벌리서치팀장은 “일본 국채 대부분은 내국인 소유로, 외국인 투자 비율이 극히 낮다”며 “외부 충격에 따라 국채 가격이 떨어질 위험은 적다”고 설명했다. 한양증권 송창성 연구원은 “일본은 수입 규모가 크지 않고, 자국 내 수요 대부분을 자체 해결하고 있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엔화가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엔고 저지를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투입했지만 엔화 강세는 계속됐다. 이는 엔화가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엔캐리트레이드(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자금을 빌려 고금리 국가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거래) 청산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후폭풍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일본계 자금 비중은 각각 1.8%, 0.9%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캐리트레이드는 이미 많이 청산됐고, 자금 환류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