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휴게소 평화적 노점상 철거 이후… 불법 사라진 자리에 산뜻한 ‘하이샵’ 생겼네!

입력 2011-08-24 22:10

24일 오후 1시 서해안고속도로 목포 방향 화성휴게소. 지난달 28일 휴게소 건물 초입에 설치된 잡화판매점 ‘하이숍(hi-shop)’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40대 화물차 운전기사는 선글라스를 사겠다며 여러 개를 착용해봤고, 뒤늦은 여름 휴가길에 오른 20대 연인은 차량용 아이폰 충전기를 살펴봤다. 매장 내부는 밝고 쾌적했다. 수백 가지의 제품에는 바코드가 찍힌 가격표가 하나씩 붙어있었다. 현금영수증을 끊어주고 신용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하이숍은 고속도로 휴게소의 주차 구역을 불법 점유하고 있던 노점상들을 철거하는 대신 이들의 생계보장을 위해 한국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자 측이 제공한 잡화매장이다. 지난 22일까지 전국 휴게소 170곳 중 노점상이 있던 164곳의 노점상 328개가 철거됐다. 이들이 차지했던 승용차 1150여대 규모의 주차공간은 노약자·여성 등을 위한 주차구역이 됐다.

하이숍의 운영권자는 휴게소 측이다. 그러나 물품 납품·판매권은 기존 노점상들이 갖고 큰 문제가 없는 이상 매년 갱신된다. 노점상들은 판매액을 매일 휴게소 측에 입금하고 휴게소는 월 매출액에서 세금을 뗀 뒤 18∼28%를 임차료로 받고 나머지를 노점상들에게 지급한다. 불법 노점 행위가 세금까지 내는 정식 사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화성휴게소의 하이숍을 운영하는 최광수(58)씨는 휴게소가 세워진 1996년부터 노점을 운영해왔다. 주차장 한가운데 차량 6대 분량의 공간에 가건물을 세우고 각종 잡화를 팔았었다. 최씨는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셈”이라며 “불법이라는 딱지를 떼고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화성휴게소 이영호 소장은 “최씨가 노점상을 운영할 땐 눈이나 비가 오면 하루 매출이 10만원이 안 될 때도 있었지만 하이숍을 운영하면서부터는 매일 1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노점상 철거와 하이숍 설치는 지난 3월부터 도로공사와 휴게소 운영자, 노점상 대표 등 3자가 12차례 협상을 벌여 이뤄낸 타협의 산물이다. 도로공사 김명호 휴게시설운영팀장은 “80년대부터 출현한 불법 노점상을 없애려는 강력한 단속 의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노점상 철거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였고, 경찰청도 담당부서를 생활안전과에서 형사과로 바꿨다. 도로공사는 앞으로 새로운 불법 노점상이 출현하면 차단막을 세우고 강제 철거하는 등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화성=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