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확대, 法은 반기고 檢은 못마땅
입력 2011-08-24 22:10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결과에 불복해 검찰이 항소하는 비율이 일반 재판의 3배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파기된 사건 비율이 일반 재판보다 낮은 데다 해마다 감소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판결을 항소심 재판부가 존중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국민참여재판 대상 확대에 대법원은 적극적인 데 반해 검찰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국회 심의결과가 주목된다.
◇검찰 항소율 3배, 평결과 판결 91% 일치=24일 대법원에 따르면 2008∼2010년 국민참여재판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민참여재판 대상이 되는 1만9431건 중 1006건(5.2%)이 접수돼 321건(31.9%)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접수 대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건비율이 2008년 27.5%, 2009년 28.3%, 2010년 37.1%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국민참여재판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범죄 유형별 국민참여재판 진행률은 살인죄(21.2%), 강도상해죄(23.7%)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접수일부터 첫 공판일까지 평균 처리기간은 84.9일로 일반 형사합의부 사건의 평균 처리기간(구속 87.3일, 불구속 122.9일)보다 짧았다.
판결이 선고된 피의자 중 실형이 선고된 비율은 평균 74.8%였다. 무죄율은 8.7%로 같은 기간 전국 법원 형사합의사건 1심 무죄율인 3.1%의 3배에 육박했다.
국민참여재판 1심결과에 대한 검사의 항소율(쌍방 항소 포함)은 53.6%로 일반 재판의 19.6%보다 크게 높았다. 반면 배심원의 결정인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이 일치한 비율은 91.0%였다. 국민참여재판 항소심 파기율은 24.1%로 같은 기간 각급 고등법원의 원심 파기율인 40.6%보다 낮았고, 양형 변경률도 19.2%로 일반 항소심의 양형 변경률 32.3%를 밑돌았다. 일반 형사재판보다 국민참여재판 결과가 항소심에서 뒤집히거나 양형이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국민참여재판 대상확대, 법원 긍정적-검찰 신중=박일환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 결산심사에 출석, 국민참여재판 대상 확대에 대해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안이 (국회에) 나와 있고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는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도입하는 데 기여했다.
현재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개정안은 살인죄, 강도죄, 뇌물죄 등으로 제한된 국민참여재판 대상사건을 1심 형사합의부 관할 사건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검찰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속내는 부정적이다. 살인, 강도 등 강력사건에 대한 배심원의 온정적 평결로 일반재판보다 처벌이 완화되거나 무죄로 판결되는 경우가 적잖아 피의자들이 국민참여재판을 대거 신청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뇌물죄 사건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다소 부족해도 배심원이 유죄로 결론 내는 경향이 있어 까다로운 재판부를 피해 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대검 관계자는 “2012년까지 시범실시한 뒤 분석을 거쳐 어느 정도 성과가 있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ey Word : 국민참여재판
만 20세 이상 국민 가운데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하는 제도. 배심원들이 법정 공방을 지켜본 뒤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는 이를 참고해 선고한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