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양적완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입력 2011-08-24 22:08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세계의 이목이 점점 집중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 등이 모인 가운데 26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그가 저성장의 덫에 빠진 미국을 위해 3차 양적완화(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것)를 언급할지, 아니면 다른 정책 대안을 내놓을지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움직일 전망이다.
◇3차 양적완화 언급하나=23일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 S&P500 지수는 모두 2∼4%대로 시원스레 올랐다. 3차 양적완화 발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6일이 가까워올수록 이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관할 지역 제조업지수가 전망치보다 두 배가량 낮은 ‘-10’을 기록했고, 지난달 신규 주택 매매 건수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 지표들이 나쁘게 나온 것도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부정적 관측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물가 부담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상황에서 추가 양적완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또한 1·2차 양적완화가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지만 실제 풀었던 달러의 양에 비해 실물경제를 끌어올리는 역할은 미미했다는 비판론도 부담스럽다.
◇다른 대안 가능성=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양적완화보다는 인플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내놓을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다. 한편에선 장기 증권을 매입하고 다른 한 편에선 단기 증권을 매도하는 조작을 동시에 행해 장기금리는 내리고 단기금리는 올리는 것이다. 양적완화와 달리 시중에 공급하는 통화량이 변하지 않아 인플레나 약 달러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 장기물 금리가 떨어지게 돼 안전자산에 쏠린 투자 수요를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은행이 연준에 법적으로 예치하는 지불준비금(지준) 외에 0.25%의 금리를 받기 위해 추가로 예치하는 초과 지준에 대해 이자 지급을 중단하는 방법도 있다. 은행들이 초과 지준을 연준에 맡겨두는 대신 민간 대출에 적극 나서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연준이 보유 채권의 기한을 명시하는 것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만기까지 채권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은행은 연준이 채권을 언제 팔지 몰라 자금을 준비하는 대신 이를 시장에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묵적으로 2%에 맞췄던 물가 목표를 현재 우리나라가 하듯 매년 목표 물가를 제시하는 쪽으로 바꾸는 ‘물가수준목표제’ 도입 가능성도 있다.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는 “시장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받지 않고 실망감도 안 주려면 이 중 한 가지 정도를 약하게 언급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주 시장 여파=일단 다음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클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 발표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하나대투증권 소재용 금융경제팀장은 “실망감으로 다음주 초 국내외 주식시장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희찬 미래에셋 이코노미스트도 “다음달 초 발표될 미국 ISM 제조업지수와 8월 고용지표가 나쁘면 시장은 다시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금융팀장은 “이후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 쪽에서 국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공조 소식이 들려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