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워싱턴 5.8 지진… “또 테러냐” 대혼란

입력 2011-08-24 23:21


‘9·11테러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미국 수도 워싱턴DC 등 동부 지역에서 23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미국민들에게 지진 자체보다 훨씬 더 큰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워싱턴의 일부 시민들은 지진으로 인한 건물 진동이 폭탄 테러에 의한 것인 줄 알고 거리로 뛰쳐나오기도 했다. 9·11테러 10주년을 앞둔 요즘 워싱턴의 분위기는 그렇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오후 1시51분 발생한 지진이 규모 5.8이며, 진앙은 워싱턴에서 남서쪽으로 약 92마일(148㎞) 떨어진 버지니아주 미네랄 지역의 지하 0.5마일(0.8㎞) 지점이라고 밝혔다. 오후에는 규모 2.2, 2.8의 약한 여진이 있었다. 이번 버지니아주 지진은 1897년 5월 5.9를 기록한 이래 워싱턴 일대에서 발생한 가장 큰 규모다.

워싱턴 시내 중심가에서는 일부 고층 빌딩뿐 아니라 백악관과 의사당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으며, 주요 관공서 건물에서 직원들이 한때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진 직후 워싱턴 본부의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 건물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시민들은 지진여파로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바람에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부 연방정부 및 일반 건물에서 폭탄 테러 발생으로 오인한 직원들이 자체 판단에 따라 비상대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시에서는 맨해튼 고층건물에 근무하던 직장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9·11테러 당시를 연상케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번 지진은 버지니아주와 워싱턴은 물론 조지아주와 오하이오주, 뉴욕주, 캐나다 토론토 등 북미 동부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감지됐다. 일부 건물들이 손상됐으나 심각한 피해는 없으며,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직후 뉴욕 JFK공항과 뉴어크공항, 필라델피아공항에 한때 소개령이 내려졌다. 9·11테러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TC) 건물 부지에서 진행 중이던 건설 작업도 일시 중단됐다. 미국 내 철도인 암트랙도 지진 이후 안전점검을 위해 볼티모어-워싱턴 구간을 감속 운행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동부 지역 일대에 퍼져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USGS는 진앙에서 15마일 떨어진 노스 애너(North Anna)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2기가 자동으로 가동을 멈췄으며, 비상 디젤 발전기가 정상 가동해 안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발전소는 규모 6.2까지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이번 지진으로 미 동부 해안의 12개 발전소가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지진경보 중 가장 낮은 수준인 ‘이상 사태(Unusual Event)’를 발동했으며 노스 애너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경고(Alert)’ 상태였다.

여름 휴가지인 마서스비니어드 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갖고 피해상황을 점검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