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약물복용 ‘속죄의 레이스’ 펼치는 저스틴 게이틀린 “그동안 배고팠다”

입력 2011-08-24 22:06

“나는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그동안 배가 고팠습니다.”

24일 오후 대구 율하동 선수촌 보조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은 인터뷰 내내 참회의 표정을 지었다.

게이틀린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 100m와 200m에서 금메달을 딴 뒤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우승하며 그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듬해 카타르 도하 수퍼그랑프리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도 9초77로 당시 세계기록(아사파 파월)과 타이를 이루며 절정의 기량을 자랑했다. 하지만 2개월 뒤 가진 도핑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세계타이기록 삭제와 함께 ‘약물 탄환’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그는 기나긴 징계 기간을 뒤로하고 6년 만에 세계대회에 출전, 대구에서 ‘속죄의 레이스’를 펼친다.

게이틀린은 약물 복용과 관련해 “가족과 팬들이 내가 다시 트랙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줬다”면서 “이제 트랙을 다시 뛰어 메달을 따고 싶다”고 간절함을 표현했다.

게이틀린은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라는 별명을 물려받은 우사인 볼트에 대해선 ‘세계 육상의 개척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볼트는 스프린터로서 다른 수준에 있는 사람”이라며 “키가 크기 때문에 보폭이 넓은데, 거기에 스피드도 매우 좋은 특이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0m에서 맞붙는 볼트에 대한 견제도 대단했다. 게이틀린은 “볼트가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만큼 심리적으로도 큰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이틀린은 “볼트가 9초58까지 당겨놓은 세계기록을 나와 타이슨 게이 등 미국 선수들이 빠르게 뒤쫓아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게이틀린이 2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8위에 자리한 선수는 볼트였다.

대구=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