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부창부수

입력 2011-08-24 18:00

4차례나 총리를 역임한 글래드스턴은 2차대전의 영웅 처칠과 함께 영국의 위대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영국 변방 리버풀 출신인 그는 1833년 하원의원으로 출발해 부의 승계를 제한하는 상속세를 만들고 관세제도를 개혁하는 등 자유주의자로 명성을 떨쳤다. 당시로는 드물게 중국과의 아편전쟁을 반대한 소신 있는 정치인이었다.

총리가 된 뒤에는 무기명 투표제를 제정해 투표의 비밀을 보장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다. 1874년 하야했으나 이후 3차례 더 총리에 올랐다.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한 것은 왕실로부터 백작 작위를 제안 받았으나 사양하고 ‘위대한 평민’으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이다.

그의 곁에는 현처가 있었다. 캐서린 글린이 바로 그 주인공. 둘 사이에 남겨진 일화 한 토막. 몹시 추운 겨울 마차를 타고 의사당으로 출근하는 남편을 배웅하러 나온 글린. 중요한 연설을 준비하며 생각에 몰두해있던 글래드스턴은 무심결에 마차 문을 세게 닫는 바람에 그만 부인의 손가락이 그 틈에 끼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택시 뒷문에 손가락이 끼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였지만 글린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웃는 모습으로 남편을 출근시켰다. 비명을 지를 경우 혹시 남편에게 지장이 있을까봐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 이처럼 상대를 배려하는 지혜를 가진 훌륭한 부인 때문에 그는 큰 정치인이 될 수 있었다고 정치학자들은 결론내고 있다.

고 육영수 여사도 생전에 남편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야당 못지않은 호된 조언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전에 1974년 광복절 경축기념장에서 비극적으로 유명을 달리한 육 여사의 한복 얘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육 여사를 돌봤던 간호사 출신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서다.

우아하게만 보였던 육 여사 한복의 비밀이 공개된 순간이기도 했다. 대통령의 부인이었지만 한복 속옷을 손바늘로 기워 만든 재활용품을 사용했다고 한다. 생전 가난하고 힘든 사람을 유난히 자주 돌봐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육 여사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했다.

역사를 들춰보면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아내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작은 성공에 기뻐하고 조그만 실패에 낙담하는 우리 같은 갑남을녀도 마찬가지다. 모름지기 두 사람이 한마음 한 몸이 돼야 만사형통한다는 뜻 아니겠는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