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조용래] 주식·환율 변동성 줄일 해법 정말 없나
입력 2011-08-24 17:59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주식투자 인구는 479만명으로 총인구의 9.8%다. 요즘 이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주가 급락세, 조금 회복하는가 싶다가도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으니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겠다. 여기에 이들의 가족을 포함하면 적어도 1000만명 이상이 주식 동향에 관심을 쏟고 있을 터다.
한 일본 증권 사이트의 추산에 의하면 일본 주식 인구는 150만∼180만명 정도다. 총인구 1억3000만명의 겨우 1.3% 안팎이다. 일본인들의 안전투자 선호 경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반면 우리 사회의 주식투자 열기가 꽤나 뜨거운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주가 급락세의 원인은 당연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른 경제 불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 반에 걸쳐 회복세를 보였던 세계경제가 다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직면했다. 올 8월 들어 뉴욕 증시를 비롯해 유럽과 아시아 각국의 주식시장이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의 급락세가 두드러진다. 예컨대 이달 1∼15일 동안 코스피지수 변동률은 -17.4%였는데 다우산업지수는 -5.4%, FTSE100지수는 -7.3%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에서도 일본 닛케이지수 -8.8%를 비롯해 대만 -10.1, 인도 -8.1%, 태국 -5.1%, 중국 -2.8% 등이었다.
높은 변동성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흔히 너무 이른 자본시장 개방정책을 꼽는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시행한 자본시장 완전 개방은 태풍이 몰려오는데 창문을 활짝 열어젖힌 꼴이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에 따라 이들 외국 자본이 빠르게 들고나는 바람에 지수가 큰 폭으로 출렁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국 자본의 신축적인 유출입은 환율 변동성도 높인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년 새 100원 넘게 떨어졌다(원화 가치 급등). 환율의 변동성은 주가만큼이나 큰 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또 한 원인은 높은 대외의존도다. 수출에 목을 매고 있으니 글로벌 경기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 때문에 이들 수출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도 신축적으로 영향을 받아 변동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변동성을 줄이자면 두 가지의 원인을 먼저 제거해야 하겠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십수년 전 국제사회에 대해 약속한 개방화 조치를 이제 와서 되돌리는 것은 책임 있는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외자 유입 때마다 세금을 부과하자는 이른바 금융거래세(토빈세)도 거론되고 있으나 우리만 단독으로 강행해서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다.
게다가 높은 대외의존도를 하루아침에 낮출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방법은 주식시장의 주도권을 최소한 확보하는 일이다. 주식시장의 큰손은 시가총액 대비로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31.2%, 일반법인 28.0%, 개인 24.1%, 기관 13.4%, 기타(정부 및 정부관리) 3.3% 등이다. 일반법인은 기업의 보유 지분을 뜻하므로 크게 달라지기 어렵고, 기타의 경우는 점유율이 미미하다.
따라서 초점은 개인과 기관이다. 개인의 경우는 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변동성이 큰 장세일수록 잦은 주식 매매는 손실로 이어져 ‘개미들의 눈물’로 귀결될 때가 적지 않았다. 문제는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다. 선진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대체로 연기금 등 기관인데 우리나라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되레 줄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기관투자자 비율이 20%를 웃돌았으나 지금은 13%대에 머물고 있다. 기관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주식시장은 외국 자본의 손에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정부도 장단기 대책을 중심으로 변동성을 줄여가야 한다. 위기 때마다 ‘펀더멘털은 양호하다’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다’ 등만을 외칠 게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세제 개선이나 기관투자가의 자율성을 높여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하는 단기 대책과 더불어 금융거래세 도입 추진, 대외의존도 완화 등의 장기 과제도 함께 모색해야겠다.
조용래 카피리더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