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곰팡이 햄버거’ 군납비리 엄벌하라

입력 2011-08-24 17:40

곰팡이가 낀 햄버거와 저질 건빵을 군 장병들에게 공급해 온 악덕 군납업자가 적발됐다. 이들과 짜고 납품 단가를 올려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방위사업청 공무원, 위생 점검 등 단속정보를 업자에게 흘려준 군 장교 등 관계자들도 함께 적발됐다. 군·관·민이 한 통속이 돼 저지른 군납비리다. 군대 내 다른 비리도 용서할 수 없지만 장병들에게 불량식품을 제공하고 금품을 챙기는 군납비리는 천인공노할 행위로 엄벌해야 마땅하다.

방위사업청 이모 사무관은 건빵과 햄버거 군납업체들에 낙찰단가를 미리 알려주고 비싸게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준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자들은 밀가루를 쌀가루보다 많이 넣어 질이 낮은 건빵을 만들었고 이들이 공급한 햄버거용 식빵 중 상당수는 곰팡이가 피거나 일부가 뜯겨진 불량 및 저질이었다는 것이다.

또 육군 김 모 중령 등은 품질검사에서 불량품이 나오자 이를 무마해주고, 위생 점검 단속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조건으로 납품업자에게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더구나 부패한 빵을 카메라로 찍어 업자를 협박해 돈을 받았다.고질적인 군납비리의 뿌리가 아직 근치되지 않고 남아 있는 모양이다. 대한민국 군대에 이런 장교가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비리는 비록 규모는 작지만 6·25전쟁 중 국고금과 군수물자를 착복해 9만 명의 장병들을 아사 또는 동사하게 만든 국민방위군 사건을 연상시킨다. 군대는 사기를 먹고 사는 집단이다. 곰팡이 핀 햄버거와 불량 건빵을 먹은 군인들이 과연 최강의 군대로 국토방위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방위비리청’이 되어버린 방위사업청과 각 군 군납관련 부서들을 철저히 점검해 군납 비리의 환부를 확실히 도려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국민방위군 사건 당시 군법회의는 사령관, 부사령관 이하 5명의 관련자들에게 사형을 언도해 그 죄를 물었다. 김 장관도 이번 사건 처리에 국민방위군 사건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랑하는 자식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 식품 군납비리에 대한 근절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