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트 카다피 대비에 만전 기해야

입력 2011-08-24 17:38

무아마르 카다피의 리비아 체제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42년간 철권을 휘둘렀던 카다피 세력들이 아직 저항하고 있지만 시민혁명의 대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리비아에는 조만간 도덕성을 부여받은 새로운 통치체제가 등장할 전망이다. 우리 외교도 이런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리비아에 진출하거나 교역을 해온 기업들도 새로운 비즈니스 관행과 경제 체질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외교부가 23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카다피를 축출한 과도국가위원회(NTC)의 정통성을 확인한 것은 적절하다. 하지만 NTC에 100만 달러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발표는 옹색해 보인다. NTC에 대한 공식 지지가 서방국가들보다 늦었고, 내전 와중에 카다피 지지 철회에 신중했던 점을 감안하면 좀 더 통 큰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다.

리비아는 하루 160만 배럴을 생산하던 북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다. 내전 기간 생산량이 5만 배럴 수준으로 격감했지만 점차 생산량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겨냥한 세계 석유기업들의 각축전이 이미 시작됐다. 10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는 내전 피해복구 및 국가재건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들도 쏟아질 전망이다. 반군을 적극 지원한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방은 수주전에서 유리한 입장인 반면 카다피 축출에 미온적이었던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리비아 석유개발과 건설 등의 분야에 3만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던 중국의 고민이 깊다고 한다. 새로운 리비아에서 기대되는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와 민간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현지에 진출한 우리 건설업체들은 피해 점검과 공사재개 준비를 위해 조속한 재입국을 원하고 있다. 이들은 전란의 위험 속에서도 현지인들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현장을 지키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21개 업체가 진행하던 53건(잔액 기준 74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특히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