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의 메시지는 평화 누구나 감동할 것”… ‘영웅’ 제작 윤호진 대표 자신감
입력 2011-08-24 18:13
“‘명성황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가 구석에서 하고 있으면 누가 알아줍니까. 세계적인 명품 대열의 인증샷이라고나 할까, 우리라고 해서 전혀 뒤질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뮤지컬 ‘영웅’ 뉴욕 공연을 하루 앞둔 22일 저녁(현지시간) 제작사 에이콤 인터내셔널의 윤호진(63) 대표를 만났다. 윤 대표는 “서울 공연 때와 비교해서도 더 정교해지고 세심해졌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브로드웨이가 왜 그들만의 시장입니까. 미국 프로듀서들에게 우리나라 뮤지컬 수준이 이 정도라는 것을 알린다면 앞으론 많이 달라질 거예요. 14년 전과 비교하면 우리를 보는 시선이 정말 달라졌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1997년 창작뮤지컬 ‘명성황후’를 뉴욕으로 가져가 성공리에 공연한 뒤 한국에서도 롱런한 경험을 갖고 있다.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미국 시장의 문을 굳이 두드리는 이유를 묻자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해외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국가 이미지 제고라는 측면에서 보면 총 제작비 250만 달러(약 28억원)가 큰 돈이 아닐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영웅’ 공연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사에 생소한 관객이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보편적 감성을 작품 안에 녹이기 위해서다. “우리 공연을 본 관객은 인류 평화를 위한 메시지가 담긴 안중근 열사의 행위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저는 테러에 민감한 이 도시에 와서 테러리스트의 이야기가 아닌 평화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 대표가 ‘비빌 언덕’은 역시 교포들이다. 교포들의 열기가 현지 언론의 관심으로 이어져 외국인 관객들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한 경험을 그는 갖고 있다. 윤 대표는 이에 대해 “교포 사회의 빈부격차가 심해지기도 해서, 반응이 아직 ‘명성황후’ 때처럼 뜨겁지는 않다”고 다소 우려했다. 최고 가격의 티켓도 ‘명성황후’가 70달러 선이었던 데 비해 ‘영웅’은 180달러다.
“예매율도 낮고 (한국 스태프와 달리 자기 주장이 센) 외국 스태프들도 그렇고, 여유가 없었던 예전 같으면 내가 속 터졌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생겼어요. 여기서도 여러 가지 평이 나오겠지요. 하지만 대체적으로 좋게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뉴욕=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