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에서 연예기획자로 변신한 박애홍씨의 도전

입력 2011-08-24 15:49


[미션라이프] “도전은 성공의 씨앗입니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남성 아이돌 그룹 ‘G.IAM(지아이엠)’을 기획·제작한 박애홍(29·성락성결교회)씨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처음 그를 만나기 전에는 솔직히 ‘부모 잘 만난 귀한 집 아가씨가 뭘 좀 했나보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고 새삼 젊은 아가씨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지아이엠은 지난해 그가 직접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지(G)는 ‘하나님(God)’이다. 또 글로벌(Global)을 담고 있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요즘, 글로벌 시대에 맞는 내가 되고자 ‘지아이엠’을 기획했다.

그러나 이들을 홍보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다양한 무대 공연을 통해 노래, 춤 실력을 인정받은 ‘준비된 신인’이지만 방송 출연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형 연예기획사가 판을 치는 현실 속에서 1인 기획자가 세운 지아이엠을 무대에 올리는 게 쉬울까.

“내 삶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오, 지아이엠의 대표 역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 괜찮다는 것이다.

박씨는 타고난 춤꾼이었다. 춤에 관심을 가진 게 중학생 시절이다. 초등학생 때 줄곧 반장을 했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그가 방 안을 가수 ‘HOT’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춤을 따라하자 아버지 어머니는 심하게 나무랐다. 그때마다 어린 딸은 일관되게 꿈을 전했다. “춤과 비주얼이 주목받는 시대가 곧 옵니다. 저는 연예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연예기획자가 될 것입니다.”

어린 딸의 열정에 부모는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춤을 배우고 싶다는 딸. 하지만 학원에 보내는 게 만만치 않았다. 당시 박씨 가족은 아버지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망하면서 10억원의 빚을 떠안은 채 거리로 나앉게 될 처지였다. 그렇다고 딸의 꿈을 접게 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카드 빚을 내 딸의 학원비를 감당했다.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며 지금껏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박씨는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전문 댄서로 활약했다. 유승준, 베이비복스 등 당시 최고 인기를 누렸던 스타들과 무대에 섰다. 20대 초반에는 직접 팀까지 꾸렸다. ‘카오스’란 전문 공연팀을 끌고 중국 30개 지역에서 순회공연을 가질 정도였다. 여성댄스팀이 활동할 땐 혼성댄스팀으로, 댄스그룹이 활발할 땐 보컬·댄스·전자바이올린이 함께 하는 퓨전공연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 결과 공연계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모든 게 연예기획자가 되기 위한 준비 단계였다. 박씨는 개인 사재를 털어 지아이엠의 음반 및 안무 등 모든 걸 감당했다. 어머니도 딸의 첫 작품에 투자했다. 교회 집회나 행사장에도 섰다. 규모는 작지만 팬미팅도 가졌다. 그러나 더 이상 무대 진출은 없었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어머니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언제까지 투자만 할 수도 없는 일이야.” 10대 때부터 무조건 지지해준 어머니는 딸의 작품을 포기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비로소 박씨는 지아이엠의 미래를 위해 좀더 체계적인 기획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나님께 매달렸습니다. 지아이엠의 그대로를 받아줄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를 만나게 해달라고요.”

하나님은 서울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의 설교를 통해 그에게 응답했다. “전쟁이나 전 세계의 수많은 갈등, 많은 사람들의 문제…. 이 모든 걸 통일할 수 있는 힘은 바로 문화입니다.”

문화의 중요성을 알리고, 문화의 중심이 되는 그룹을 만들어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문화의 유익을 전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뛰는 것이다. 최근 지아이엠은 소속사를 만났고, 공중파 방송 데뷔를 앞두고 있다. 박씨 역시 지아이엠의 기획자요, 매니저로 그들과 계속 활동한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