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과골프98

입력 2011-08-24 10:27

동반자를 축복하면 복을 받으리라

20여 년간 약 1500 라운드의 골프를 했는데 처음 10년간은 적은 금액이라도 꼭 내기를 했었다. 돈 따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게임에 집중하여 재미를 느끼자는 뜻이었지만, 이따금 단위가 커지면 골프 자체보다는 내기에 더 중점을 두고 본말이 전도된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창생 모임에서 그동안 보고 싶었던 H와 한 조로 플레이 하게 되었다. 핸디캡 차가 심하기 때문에 스트로크 경기보다는 매홀 스킨스로 돈 내기를 하기로 했다. 두 홀이 승부가 나지 않아 스킨이 세 개로 커졌는데, 나는 세컨 샷을 잘 쳐서 핀 옆에 붙여 버디 기회를 잡았다. H는 힘차게 친 티샷이 러프로 들어가서 볼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고, 볼의 라이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가 친 세컨 샷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듯 굴러 굴러서 핀 옆에 안착하여 나와 똑같이 버디 기회를 잡았다. 사실 H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라운드 하는 샐러리맨이고 그런 버디 기회를 1년에 채 몇 번도 잡지 못하는 형편이라 성공을 한다면 일기장에 적을 정도로 추억의 라운드요 행복한 결과가 되는 셈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렇게 간절히 원하는 버디를 나는 ‘실패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었다. 함께 즐기자고 만난 것인데 조그만 돈 욕심 때문에 친구의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의 버디 퍼팅은 빗나갔고,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나도 쉬운 버디 퍼팅을 놓쳤다. 그날 밤 나는 서재에서 골프를 왜 치는 것인지에 대해 참 오래 묵상을 했다. 그리고 많은 반성도해 보았다. 동반자를 위해서 기도는 할 수 없더라도, 적어도 그가 잘못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골프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은 그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구하면 받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거기엔 조건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따금 우리의 기도에

거부권을 행사하시는데, 그것은 선한 목적의 기도와 바람이 아닌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친구 P와 그의 후배 N사장이 함께 라운드할 때, P가 롱퍼팅을 성공하여 버디를 잡았다. N사장도 만만치 않은 거리에서 멋진 버디 퍼팅을 성공 시켰다. 나는 하이파이브로 축하를 해주었다. 그에게서 좋은 기를 받았는지, 나 역시 쉽지 않은 거리에서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다. 그 때 나는 좋은 축하와 축복의 기운은 옮겨지는 것임을 느꼈고, 그 이후 버디의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어 동반 버디가 자주 나오게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 물론 동반 버디 실적은 점점 올라갔고, 급기야는 동반 버디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히 10:24)

짓궂은 친구들끼리 내기 라운드 할 때에는,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 동반자가 OB를 내면, 좋아서 웃다가 자기도 따라서 OB를 내는 장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동반자가 티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리는 것을 보며 깔깔대고 웃다가 똑같이 물에 빠뜨리는 장면 역시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이런 동반자의 큰 실수를 진실로 안타까워 하는 골퍼들은 똑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나는 어떤 경우라도 ‘안 돼, 들어가지 마, OB 한 방 부탁해’와 같은 동반자에 대한 저주성 발언은 농담이라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축복과 저주는 상대가 받지 않으면 그 말을 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저주하기를 좋아하더니 그것이 자기에게 임하고

축복하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더니 복이 그를 멀리 떠났으며“(시 109:17)

한 홀에서 네 명이 전원 버디를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연속해서 세 번째로 버디 퍼팅에 성공하자, 마지막으로 남은 동반자가 “세 명이 구멍을 다 막아 놓고 갔네”라고 말했다. 그 때 내가 “아니요, 분명히 하나 더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는데요”라고 대답했고, 그도 버디 퍼팅에 성공을 하여, 그 전 홀에서 보기를 한 내가 버디를 치고서도 말구로 티샷을 하는 아주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너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쉬는 죄를 여호와 앞에 결단코 범하지 아니하고

선하고 의로운 길을 너희에게 가르칠 것인즉“(삼상 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