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커창 방문때 과잉경호” 홍콩대 총장, 뒤늦게 공개사과
입력 2011-08-23 22:20
“대학교의 주인은 교수와 학생이다. 홍콩대는 영원히 언론 자유의 보루다.”
쉬리즈(徐立之) 홍콩대 총장은 23일 이 같은 성명을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에 실어야 했다.
쉬 총장은 이 성명에서 또 “홍콩대 총장으로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명을 내기에 이른 것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지난 18일 홍콩대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을 때 경찰이 학생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무리한 경호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쉬 총장은 그동안 세 차례나 성명을 내면서도 경찰에 대한 유감만 표명했을 뿐이다. 그는 이날 네 번째 성명에서 비로소 공개적인 사과를 했다. 이는 그동안 홍콩대 학생들과 시민들의 항의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날에는 1500명이 넘는 홍콩대 졸업생과 시민들이 연서명한 항의 편지를 명보에 게재하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기까지는 리청캉(李成康)이라는 홍콩대 학생의 역할이 컸다. 그는 지난 18일 오전 “천안문 사태를 바로잡으라”고 적힌 상의를 입고 리 부총리에게 접근하려다 경찰에 의해 땅에 팽개쳐지고 1시간 동안이나 꼼짝 못하게 붙잡혀 있었다.
당시 다른 학생 10여명도 경찰에 의해 리 부총리로부터 200m 거리 밖으로 끌려 나갔다. 당일 오후에는 홍콩 시내에서 이에 항의하는 한 입법의원이 이끈 100여명의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리청캉은 쉬 총장의 임기가 내년에 끝나는 것과 관련,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연임반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