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카다피 해외 비자금 54조원 규모”… 가족·측근 명의로 은닉

입력 2011-08-23 19:32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권좌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그가 해외에 숨겨놓은 비자금 규모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리비아 사정에 정통한 고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카다피의 해외 비자금 규모가 500억 달러(약 5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이 압수·동결한 카다피의 해외 비자금 규모만 합쳐도 천문학적”이라며 “500억 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이 중 미국 금융당국이 재무부 행정명령에 근거해 동결한 비자금이 300억 달러, 영국 금융당국이 압수·동결한 비자금이 2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에도 44억 달러가 예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대부분은 카다피 가족과 측근들 명의로 돼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지난 5월 스위스 정부는 “카다피의 핵심 측근이 스위스에 은닉한 자산 3억6000만 스위스프랑(약 4450억원)을 찾아냈다”고 밝혔었다.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4억1000만 스위스프랑(약 5860억원),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6000만 스위스프랑(약 742억원)의 자산을 은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개발도상국 독재자들의 부패자금을 추적하는 미국기관 ‘글로벌 파이낸셜 인테그리티’는 올해 현재 스위스 은행들에 은닉된 부정축재 자금이 1500억 달러(약 17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가운데 해당국에 반환된 돈은 16억 달러(약 1조9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번에 압수·동결된 카다피의 해외 비자금은 앞으로 관련국과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협의를 거쳐 리비아 재건 용도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