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민심이 결국엔 승리” 다음 차례?… 떨고 있는 아사드·살레
입력 2011-08-24 00:53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로 중동을 뒤흔든 민주화 물결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해 말 튀니지에서 발생해 중동·북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진 ‘재스민 혁명’ 이후 민주화의 불은 꺼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리비아 시민군의 승리가 민의를 거스를 경우 몰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주면서 시리아와 예멘의 반정부 시위에 또 다른 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리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30년간 나라를 통치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아사드의 막내동생은 공화국수비대 등 군부를 지휘하고 있어 군부가 중립적인 역할을 하며 정부를 압박할 수 없다.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던 리비아와는 달리 시리아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의 확실한 지지를 받고 있어 서방사회의 개입도 쉽지 않다. 이에 아사드는 지난 3월 이후 최근까지 불과 5개월간 2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낼 정도로 반정부 시위를 초강경 진압하고 있다.
예멘도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3년간 장기집권 중이다. 살레는 지난 6월 반정부 세력의 폭탄공격에 중화상을 입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치료를 받고 곧 귀국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야권과 시위대는 물론 미국, 유럽 등의 권력 이양 요구에도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내전까지 치달았던 리비아 사태가 결국 민심의 승리로 끝난 만큼 시리아와 예멘도 비슷한 결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중동 전문가인 제프 포터는 “리비아 사태는 시리아와 예멘 내 시위대에 강한 자극을 줬다”며 “비록 그들이 리비아에서처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시위대와 시민군, 야권이 저항을 늦추지 않는다면 정권을 전복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리비아 사태는 정권에 충성을 다하는 친위대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카다피의 퇴진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시리아와 예멘 시위대에도 강한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라미 쿠오리 중동 전문가 역시 “국민적인 염원과 국제적인 지원 등이 결합되면서 아무리 강력한 독재정권이라도 결국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중요한 예”라면서 “더 많은 국가들이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등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스민 혁명으로 아랍권에서 가장 먼저 권좌에서 물러났던 지네 알 아비디네 벤 알리 전 튀니지 대통령은 민중 봉기에 떼밀려 지난 1월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30년 가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도 지난 2월 퇴진한 뒤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등 초라한 최후를 맞았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23일 시리아에 진상조사단을 파견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고, 외교통상부는 시리아를 이달 30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6개월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키로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