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쏟아지는데… PC, 죽느냐 사느냐

입력 2011-08-23 19:15


이제 PC의 시대는 저물어가는가.

HP의 PC사업 포기 선언으로 ‘PC시대 종말’에 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23일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이미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10년 전에는 PC가 디지털 생활의 허브(중심)가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며 PC시대의 종언을 예고한 바 있다. 이어 30년 전 최초의 PC를 개발, ‘PC의 시대’를 열었던 IBM까지 가세하고 나섰다. 마크 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블로그에서 “PC는 타자기와 레코드판, 백열등의 길을 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에는 아이패드 출시를 기점으로 태블릿PC의 확산이 있다. 레오 아포데커 HP CEO도 PC사업 분사 계획을 밝히면서 “소비자들의 PC 사용법이 변하고 있다. 태블릿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시장분석 기관도 태블릿PC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가트너는 2015년에 2억940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정지훈 명지병원 IT융합연구소장은 “전체적으로 PC의 비중이 줄기는 하겠지만 PC 종말 운운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치상으로도 태블릿PC가 PC를 대체할 것으로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지난해 3월 이후 아이패드 판매량은 약 2870만대로 2009년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7을 사용하는 PC 4억대에 비해 7%에 불과하다.

역할 측면에서 태블릿이 PC의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도 있다. PC는 사무실 등에서 문서와 자료 등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도구인 반면 키보드가 없는 태블릿PC는 PC가 만들어낸 콘텐츠를 소비하는 도구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조사 업체 카날리스의 크리스 존스 분석가는 “현재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PC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포스트 PC’를 거론하면서 PC의 종말이 아니라 PC의 변신을 예상하고 있다. 정지훈 소장은 “PC는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등 사이즈별로 다양화되며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로 연결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랭크 쇼 MS 홍보담당 임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PC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PC를 보완하고 돋보이게 만들 것”이라며 “미래는 포스트 PC시대가 아니라 PC 플러스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