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치솟자 절도·사기범 극성… 사는척 이것저것 고르다 슬쩍
입력 2011-08-23 19:03
금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금은방과 경찰·보안업체들이 ‘금 도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 인의동 세운귀금속상가 내에서 30년째 금은방을 운영하는 조모(62)씨는 23일 “금값이 오르면서 금을 살 것처럼 이것저것 살피다 주머니에 슬쩍 챙겨 가는 도둑이 늘었다”며 “예전엔 금을 팔기 위해 손님에게 여러 물건을 권했지만 지금은 ‘이것 보여 달라, 저것 보여 달라’하는 손님은 기피 대상”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유리를 깨고 들어오는 도둑을 막기 위해 돈을 들여 잘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로 교체하는 것도 유행”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은방 주인 나병석(59)씨는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아이를 업고 오는 도둑도 있다”고 전했다.
가짜 금을 진짜처럼 속여 파는 사기꾼도 늘었다. 나씨는 “사기꾼에게 속지 않기 위해 항상 가짜 금을 곁에 두고 비교하고 있다”고 말했다. 옆 가게 주인 최이호(62)씨는 “최근에 잘 아는 금은방 주인이 사기꾼에 속아 가짜 금 400만원어치를 샀다”며 “20년 이상 금 공장을 운영한 사람인데도 색감이나 촉감, 무게가 진짜 금과 똑같아 당할 수밖에 없었다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훔친 금을 금은방에 되팔려는 도둑도 경계 대상이다. 훔친 금인지 모르고 금을 샀다가 봉변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매뉴얼을 만든 업주도 있었다. 금은방 주인 신모(52)씨는 “모르는 사람이 금을 팔겠다고 오면 절대 현금을 건네지 않고 계좌에 입금해 준다”면서 “훔친 금은 아니지만 집에서 몰래 가져온 경우에 대비해서 노인이나 젊은 사람이 금을 팔려고 하면 꼭 가족에게 확인한 뒤 돈을 준다”고 말했다.
경찰도 추석을 앞두고 금 도둑이 기승을 부릴 것을 우려,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세운상가 등 귀금속 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달 말 관내 귀금속 상인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준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귀금속 상가에 평소보다 많은 전·의경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 도둑은 할머니가 끼고 다니는 금가락지까지 훔치려고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보안업체도 대응에 나섰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밤이 길어 귀금속 절도가 많이 발생하는 동절기에 한해 순찰을 강화하는데 상인들의 요청으로 특별순찰 기간을 확대해 요즘에도 순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