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땐 건설·IT·해운 ‘먹구름’… 저축銀·리스 ‘흐림’

입력 2011-08-23 19:07


세계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어떤 업종이 타격을 입을까. 건설·통신기기·IT부품·해운 업종의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이 업종들이 부진에 빠지면 관련 중소기업까지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종의 경우 저축은행과 외부에서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일부 신용카드사, 리스사 등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IT·통신·해운이 불안하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3일 ‘글로벌 경기 불안과 국내 주요산업의 감내 여력 점검’ 보고서를 내고 “선진국 수출 의존도가 큰 기업일수록 경기 침체를 견뎌내는 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특히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은 실적 하락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대표적 업종으로는 자동차, 반도체, IT부품, 기계, 철강을 꼽았다.

실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는 27.7%나 줄었다. 반도체 29.5%, IT부품 64.8%, 기계 14.5%, 철강은 7.2% 감소했다. 대유럽 수출도 감소폭이 자동차 59.4%, 반도체 41.4%, IT부품 58.8%, 기계 41.9%, 철강 46.0%에 이르렀다. 이들 업종은 전체 수출액 가운데 OECD 회원국 비중이 30∼40%나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재무비율을 기준으로 봐도 건설, 통신기기, IT부품, 해운은 기초체력이 약해 경기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분기 건설업종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가 각각 207.1% 포인트, 43.1% 포인트 상승했다. 통신기기, IT부품은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고 해운과 비금속광물은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귀수 팀장은 “이들 업종의 경우 이미 현금 유보능력이 낮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대형 업체의 수익성 하락이 부품이나 납품단가 하락 압력으로 이어져 관련 중소기업 전반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크다.

◇저축은행·리스사 비상=금융업종 중에서는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한국신용정보평가는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주요 산업별 모니터링 수준’ 보고서에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의 자산건전성이 크게 떨어져 저축은행이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로 소비 감소가 본격화되면 저소득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이 심해져 저축은행 경영 정상화 역시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자금 전액을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할부·리스사 역시 유동성 위험에 빠질 우려가 높다. 일부 업체들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화차입금 차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용카드사는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국내 경기가 둔화되면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이 떨어져 자산건전성 위험이 상승할 우려는 있다.

반면 은행은 외화 잉여유동성과 외화 장기차입비율이 크게 개선돼 상대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을 잘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