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립 어린이집 신청했더니 대기순번 300번 당혹”… 한나라 정책委 만난 워킹맘 애환 쏟아내
입력 2011-08-23 22:26
한나라당 정책위원회가 워킹맘(Working Mom·일하는 엄마)을 만났다.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라는 두 전선을 오가며 쌓인 애환을 여당에 쏟아냈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당 ‘아이좋아특위’ 위원장인 임해규 정책위부의장은 23일 서울 가산동 어린이집 ‘아이뜰’을 찾았다. 이 자리에는 워킹맘 9명이 나왔다.
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아이를 맡길 시설 부족을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가족친화 기업에 근무한다는 김희은씨는 “워킹맘을 위한 사내 복지가 아무리 좋아도 젊은 기혼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민간보다 시설이 좋다는 구립 어린이집에 등록 신청을 했더니 대기 순번이 300번이 넘어가더라”고 토로했다. 베이비붐이 한창이던 2007년 출산했다는 함소희씨는 “어린이집을 알아봤지만 제 아이 또래는 어디를 가나 만원이었다. 최소한 1년 전에는 등록했어야 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육아휴직 및 휴가를 당당하게 사용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워킹맘의 고충이었다. 셋째아이를 낳고 싶다는 박승희씨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육아휴직 대상자가 40여명 있는데 휴가를 쓴 여직원은 10명 안팎”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엄두가 안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완희씨는 “정부에서는 육아휴직이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 기업에서는 안 한다”고 거들었다.
5살 아들을 둔 이인숙씨는 “아이가 수족구병에 걸린 적이 있는데 어린이집에서 ‘전염병에 걸린 아이는 돌봐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조퇴를 하려고 했더니 회사에서 너무 눈치를 주더라”며 “서러워서 애를 데리고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다른 워킹맘들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나라당은 간담회 직후 어린이집에서 워킹맘의 건의를 바탕으로 향후 추진할 보육정책을 논의했다. 이주영 의장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체 어린이집의 90%에 달하는 민간 어린이집을 상당 부분 국공립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민간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급여와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워킹맘이 수족구병, 홍역, 수두 등 전염병에 걸린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아이 간호 휴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책위는 이 같은 내용을 검토해 9월 초 당 보육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