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달구벌 달리기 위해 국적까지 바꿨다”… 가난한 아프리카 출신들 중동으로

입력 2011-08-23 18:35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는 국적을 바꿔 출전하는 선수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중동의 오일 머니에 팔려간 아프리카 출신 선수와 자국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고육지책으로 국적을 바꿔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레인 대표로 남녀 1500m에 출전하는 유수프 사드 카멜(28)과 마리암 유수프 자말(27)은 각각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났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바레인을 택한 이들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바레인에 금메달을 안겨 자신은 물론 새 조국 바레인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카멜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1500m 2연패, 자말은 여자 1500m 3연패에 도전한다.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해 국적을 바꾼 대표적인 선수는 영국 출신인 나이지리아의 남자 세단뛰기 대표 토신 오케(31)다. 오케는 2007년 세계선수권대회 B기준기록을 통과했지만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 영국 대표팀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에 오케는 2008년 “뿌리를 찾겠다”며 조상의 나라인 나이지리아행을 택했다. 오케는 이듬해 베를린 대회에서 나이지리아 대표로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무대를 밟았다.

여자 멀리뛰기에 출전하는 나이디 고메스(32·포르투갈)는 과거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의 작은 도서국 상투메 프린시페 출신이다. 상투메 프린시페 대표 선수로 뛰었던 고메스는 멀리뛰기와 100m 허들, 높이뛰기, 세단뛰기, 포환던지기, 창던지기, 7종 경기 등 일곱 종목의 상투메 프린시페 신기록을 작성하며 만능선수로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상투메 프린시페 선수단의 기수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2001년 고메스는 포르투갈 국적을 얻고 포르투갈 역사상 최초로 7m의 벽을 깨기도 했다.

대구=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