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 볼트, 크리켓 선수였다… 하지만 질주본능은 숨길 수 없었다
입력 2011-08-23 18:35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곳은 육상 트랙이 아닌 크리켓 필드였다. 영국 식민지의 영향으로 크리켓 경기장이 많았던 자메이카에서 볼트는 크리켓과 축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에 입문했다.
하지만 숨길 수 없었던 그의 스피드는 결국 볼트를 육상으로 이끌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크리켓 코치의 조언으로 육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두각을 나타내 2002년 중앙아메리카·카리브해 청소년 대회 200m, 400m를 제패하며 육상 유망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듬해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청소년대회 200m마저 우승하며 세계에 볼트라는 이름을 각인시켰다. ‘번개 볼트’로 명성을 날린 이후인 2009년 9월에는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개최된 크리켓 자선경기에 출전해 왕년의 크리켓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볼트는 또 축구에도 남다른 관심을 나타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우승 이후 박지성이 소속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수차례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지는 경기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이 뛰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러시아) 역시 한때 기계체조선수였다. 5세에 기계체조를 시작한 이신바예바는 15세까지 체조 선수로 활약했으나 키가 체조선수로 활약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1m74까지 자라면서 16세에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전환했다. 볼트처럼 종목을 전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1999년 7월 IAAF 세계청소년대회에서 4m 바를 넘으며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재능을 나타냈다.
남자 400m 허들 선수인 데이비드 그린(25·영국)도 전직이 축구 선수다. 웨일스 출신의 축구선수인 라이언 긱스가 좋아 축구를 시작한 이후 스완지시티 유소년 팀에서 경기를 뛰었으나 부상으로 축구를 접은 이후 육상 선수로 탈바꿈했다. 허벅지 부상에도 대구 세계대회 출전을 강행한 여자 높이뛰기 간판 블랑카 블라지치(28·크로아티아)도 큰 키(1m93) 때문에 농구 등 다른 종목의 유혹을 받았지만 육상 선수를 고집한 경우다. 육상선수 아버지와 아마추어 농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블라지치는 15세 때 이미 1m80을 넘겨 주목을 받았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농구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았지만 단체종목보다 개인 종목을 선호해 육상 선수로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대구=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