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8개월내 제헌의원 선출… 정당 민주주의 지향할 듯

입력 2011-08-23 18:24

새로운 리비아 건설은 반정부 세력의 대표 역할을 해온 과도국가위원회(NTC)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NTC는 새 정부 수립 계획을 이미 마련해놨다. 그러나 NTC 내부에서부터 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새 리비아는 이슬람 민주국가”=NTC가 짜 놓은 새 정부 수립 계획에 따르면, 리비아는 임시내각과 제헌의회를 구성한 뒤 헌법 제정, 국민투표, 총선 실시 등 절차를 앞으로 약 2년 동안 밟는다.

임시내각은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축출 후 30일 내 꾸려진다. 제헌의회 의원 200명을 뽑는 선거는 8개월 내 실시된다. 1964년 이후 첫 선거가 될 것이다. 제헌의회는 헌법을 작성해 이를 30일 뒤 국민투표에 부친다. 헌법은 투표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헌법이 통과되면 총선이 실시되고 비로소 새 정부가 탄생한다.

NTC는 새로운 리비아의 종교는 이슬람이며 교리에 근거해 정당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리비아가 민주독립국이며 수도는 트리폴리라는 사실도 못 박았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반군 내부 동서 분열 조짐=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 이슬람 체포를 둘러싼 소동은 반정부 세력 내부 분열의 단면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사이프를 체포했다고 발표한 건 동부 벵가지에 있는 NTC 지도부였다. 트리폴리 현장에 있던 시민군은 NTC 발표를 크게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시 체포할 경우) 그의 신병처리에 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NTC 지도부는 사이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기자는 입장이고, 서부 측 시민군은 리비아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정부 세력 분열은 NTC 지도부와 서부 나후사 산악지대 출신 반군 사이에 일어나고 있다.

시민군은 상당수가 카다피 정권 출신인 NTC 지도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정통성도 의심한다. 트리폴리에서 시민군을 이끈 엠헤메드 굴라는 “정치적으로 NTC에 속한 건 맞지만 그들이 세부 작전에까지 도움을 준 건 아니다”고 했다.

NTC 지도부가 마련한 치안유지 계획은 시민군의 의심에 불을 붙일 수 있다. NTC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병력 1만∼1만5000명을 빌려오고 카다피 정권의 경찰 5000여명을 계속 일하게 해 치안을 유지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다.

◇종족 간 분열 가능성=리비아가 종족국가라는 점에서 분열이 종족 갈등과 어우러져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리비아에는 140개 종족이 있다. 그렇지만 힘이 센 종족은 몇 개일 뿐이고 각 종족 정체성도 최근 수십년간 도시화로 약화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관건은 NTC가 각 종족에 석유 수입을 종전 방식대로 재분배할 것인지 여부라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슬람 과격 세력이 힘을 모아 혁명의 성과를 가로챌 것이라는 걱정도 현재로서는 기우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