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끝난줄 알았는데… 트리폴리 아직 교전중
입력 2011-08-24 00:45
사실상 종결됐다고 여겨졌던 리비아 사태의 마무리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영국 등은 정보력을 총동원해 무아마르 카다피를 찾고 있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트리폴리 곳곳에서는 23일(현지시간)에도 시민군과 카다피군 사이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최후의 일전?=시민군에 체포됐다는 소문이 퍼졌던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은 이날 새벽 건재를 과시하며, 지지자들에게 항전을 촉구했다. 그는 “트리폴리는 여전히 우리 손에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의 포격은 카다피의 요새인 밥 알아지지아로 집중되고 있다. 밥 알아지지아 인근 만수라지구에서는 오전부터 교전이 벌어졌다. AFP는 “오전 9시에 격렬한 폭발음이 들리며 밥 알아지지아 근처에 있는 릭소스 호텔이 크게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또 나토 소속 전투기들이 트리폴리 상공을 계속 선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시민군이 밥 알아지지아 정문까지 접근했으나, 카다피군의 탱크 포격에 주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다피의 고향 시르테에서도 전날 미군 전투기가 카다피군의 스커드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알자지라가 미군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나토군 측은 이날 “트리폴리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하다”며 “카다피군이 계속 저항한다면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다피는 어디에?=카다피는 트리폴리에 남아 있으며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국제체스연맹의 키르산 일륨지노프 회장이 이날 밝혔다. 카다피는 그와의 통화에서 “나는 살아있고 건강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6월 리비아에서 만난 바 있다.
카다피의 말이 사실이라면 남쪽 교외의 밥 알아지지아가 유력하다. 밥 알아지지아는 지하벙커가 완비돼 있으며 트리폴리 국제공항과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다. 카다피군이 이곳을 엄호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외신 기자들이 머무는 릭소스 호텔에 숨어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자들이 머무르는 한 나토군의 폭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카다피군은 현재 외신 기자들을 이곳에 억류하고 있다. 데이브 레이펀 미 국방부 대변인도 “우리는 그가 리비아를 떠났다는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외로 도피했다면 1순위는 베네수엘라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카다피는 친분이 깊다. 쿠바와 러시아도 거론된다. 두 나라는 카다피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미협약국이어서 상대적으로 강제소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앙골라와 짐바브웨도 망명지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