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휴대용 미사일 ‘SA-7’ 찾아라… 시민군이 탈취
입력 2011-08-23 18:26
미국이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말고 리비아에서 찾고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다. 리비아 정부 무기고에서 시민군에 의해 탈취된 미사일, SA-7(사진)이 자칫 다른 독재국가나 테러 집단에 흘러들어갈지 몰라 미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제의 SA-7은 길이가 1.44m로 지상에서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낮게 나는 비행기를 공격하는데 쓰이는 것이다. 열 추적 미사일로 1968년 러시아에서 개발됐다. 사거리 약 4㎞에 정확도도 낮지만 상대방 감시를 피해 지상에서 공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A-7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해 여러 차례 사용됐다. 2006∼2007년 미군 헬리콥터 격추에 이 무기가 쓰였다는 분석도 있다. 1980∼90년대 아프리카에서 항공기 테러에도 이용됐다. 알카에다는 SA-7 사용법을 보여주는 1시간짜리 비디오를 찍었다고 한다.
리비아도 이 무기를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올 들어 내전이 발발한 뒤 SA-7이 정부 무기고에서 사라진 흔적이 잇따라 나타났다. 시민군이 정부군을 무찌른 뒤 무기고에서 이를 빼낸 것이다. 리비아에선 SA-7을 어깨에 메고 다니는 시민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국은 리비아 정부가 SA-7을 애초에 약 2만기 보유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 얼마나 많은 미사일이 탈취됐는지는 더 더욱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카다피 정권이 완전히 무너진 뒤 리비아에서 SA-7이 도난당하거나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상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군 고위 관계자는 “이미 주변국 지도자들과 만나 방안을 논의했으며, 소규모 군 작전팀과 무기 전문가를 리비아에 파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