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42년 독재 끝] 재건비용 130조원… 경제난 美·유럽 자금지원 딜레마

입력 2011-08-24 00:46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축출 이후 서방세계의 걱정은 결국 돈으로 모아진다. 리비아를 다시 정상화시키려면 1200억 달러(약 130조원)의 재건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리비아가 불안하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에너지·안보 상황뿐 아니라 서방국가의 안보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재건은 시급하다. 이 가운데 리비아 내전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면서 석유 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되자 리비아의 거대한 석유 자원을 둘러싼 세계 석유회사들의 각축전은 이미 막을 올렸다.

◇리비아 재건 제한적=리비아를 지원할 서방국가들의 재건 자금은 넉넉지 않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 탓이다. 이 때문에 재정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이 충분한 자금을 공급하고, 질서를 유지할 대규모 부대를 장기 주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대신 각국은 리비아 정부와 카다피 일가의 동결자산을 해제하는 수준으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은 이라크 재건에도 예상보다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였다. 미 정부의 이라크 재건 특별감사관실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이후 2010년까지 7년간 446억 달러가 지출됐다.

문제는 리비아 재건이 늦어질 경우다. 리비아는 이라크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리비아 재건비용 규모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후 정치 상황이나 석유 정제시설 복구 속도가 어느 정도 될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재건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 ‘리비안 이슬라믹 파이팅그룹(Libyan Islamic fighting group)’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다시 힘을 받고, 미국의 대테러 전략은 크게 위협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석유 공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에 벌써부터 군침=내전 기간 거의 중단됐던 석유 생산이 곧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각국이 리비아 석유 시장을 향해 서둘러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리비아산 원유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에도 못 미치지만 유황 성분이 적어 수요가 큰 만큼 국제 원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매장량은 440억 배럴로 세계 8위 규모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 서방국들은 시민군 편에서 승리를 지원해 온 만큼 리비아 내 석유 생산에서 우세한 자리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시민군 측 석유회사인 아고코(Agoco)의 압델잘릴 마유프 대변인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 서방국가들과는 문제가 없지만 러시아, 중국, 브라질과는 정치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군 지원 여부에 따라 차별대우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이탈리아 에니(ENI), 프랑스 토탈, 오스트리아 OMV 등 내전 이전에 리비아에서 석유 생산을 활발히 벌이던 유럽 석유회사들은 화색을 띤 반면 리비아에서 사업을 벌이던 75개 중국 석유회사, 러시아와 브라질의 회사 등은 난감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하루 6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리비아가 생산량을 내전 발생 전 수준인 하루 150만 배럴로 끌어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아진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