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손학규… 노선 수정?

입력 2011-08-23 22:38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가 달라졌다는 평가다. 상임위별 현안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각종 공개발언 수위가 강경해졌다.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당 운영 및 이념 좌표를 수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손 대표는 나흘간의 휴가를 다녀온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고, 22일에는 법제사법위원회와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미디어렙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손 대표가 일을 주변에 맡기는 스타일임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손 대표 측 관계자는 23일 “내년 총선을 앞둔 이번 정기국회가 중요하니까 직접 챙기는 것”이라며 “리더십 스타일의 미세한 변화”라고 말했다.

공개발언 수위도 보다 선명하고 세졌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정책연구원 개원 2주년 학술대회에서 “민주당 강령은 평등에 대한 더 진지한 고찰과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며 “재벌 (개혁)문제나, 미디어 다원주의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민주적 가치도 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앞서 2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희망시국대회’ 연설에서는 “(야권통합을 위해) 민주당이 팔을 내놓으라고 하면 팔을 내놓고, 눈을 내놓으라고 하면 눈을 내놓겠다”고 했다.

미디어렙 문제나 한·미 FTA 비준동의안, 평등의 가치, 재벌개혁 등은 민주당 및 진보 진영의 정체성과 연계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 대표의 중도 노선이 좌클릭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는 4·27 재보선 이후 중도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2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이 6.8%까지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노선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감이 손 대표를 좀 더 적극적이고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손 대표 측은 “노선 변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엄기영 김원철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