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북정책 MB와 차별화하나… “남북 신뢰외교·균형정책 필요”
입력 2011-08-23 22:34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북 및 외교정책에서 ‘박근혜식 독트린’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23일 인터넷에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의 영문 기고문 ‘새로운 한반도를 향하여(A New Kind of Korea)’를 통해 ‘신뢰외교(Trustpolitik)’와 ‘균형정책(Alignment Policy)’을 주창했다.
그는 A4 용지 6장 분량의 기고문에서 “현재 남북한 사이의 신뢰가 최저 수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신뢰를 새롭게 재구축할 기회임을 의미한다”면서 “한반도를 갈등의 공간에서 신뢰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국제적 규범에 근거해 남북한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를 이행하게 만드는 신뢰외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 균형정책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균형정책이란 단순히 강경과 유화의 중간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군사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북한이 협력 자세를 보이면 이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이 2002년 평양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를 논의한 것을 예로 들며, “만약 북핵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되는 경우 남북간 신뢰안보 구축을 위한 수단으로서 철도연결 프로젝트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친박계 핵심 인사는 “평소 정치와 경제 등에서 신뢰를 핵심 키(Key)로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신뢰외교라는 단어 역시 박 전 대표가 새롭게 만든 것”이라고 전했다. 박 전 대표가 대북·안보관을 밝힌 것은 2008년 5월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 이후 처음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사회보장기본법 공청회에 이어 남북관계와 외교문제를 두 번째 이슈로 꺼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친박계 의원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당시 보수진영에서 박 전 대표가 안보에 대한 강한 입장을 내놓지 않자 불만을 많이 제기했다”면서 “기고문은 (박 전 대표) 안보 행보의 출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로부터 기고문에 대한 질문공세를 받자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는 30일 미국에서 이 잡지 오프라인판이 발간되면 자신의 구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작업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약화시키거나 곤란하게 할 만한 내용이 있는지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 논란이나,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동국대 김용현 북한한과 교수는 “노무현·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압박정책의 중간지점에서 서겠다는 것 같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굵직한 박근혜표 구상은 잘 안 보인다”고 평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