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모든 분쟁 법원 가기보다 중재원서 해결을”… 교갱협 영성수련회 특강

입력 2011-08-23 21:40


“전체 민사소송 사건의 약 18%가 교회 또는 교인 관련 사건이다. 이것은 교회나 성도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기를 포기했다는 증거다.”

전 대법관인 김상원(사진) 기독교화해중재원 명예원장의 말이다. 김 명예원장은 23일 오전 경기도 안성 사랑의교회수양관에서 열린 ‘교회 갱신을 위한 목회자협의회’(교갱협) 16차 영성수련회 주제특강을 통해 “2006년 통계에 의하면 법원에 제소된 전체 민사소송 379만건 가운데 69만여건이 교회 또는 교인 관련 사건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렇다면 교회 내 또는 교인 간 분쟁 해결책은 뭘까. 김 명예원장은 미국 교단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교단은 평신도 사건의 경우 지교회 내 치리 기구에서 심판한다. 목사, 장로의 경우는 노회나 지방회가 심판을 맡는다. 이에 대한 최종 심판은 교단 총회가 담당한다. 사회법 같은 3심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교단도 비슷하다.

하지만 미국 교단이 국내 교단과 다른 점은 적법 절차에 따라 총회의 최종 심판이 내려지면 그 사건에 대해 사법기관 제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소를 하더라도 법원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다. 김 명예원장은 “다만 현저한 위법 절차에 의해 최종 심판이 이루어진 경우 사법기관에 제소할 수 있고, 화재중재원에 그 해결을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회 관련 사건이 아닌 민·형사, 행정·특허 같은 사건은 이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내 교회 분쟁 해결을 위해서는 2008년 4월 개원한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화재중재원은 전화나 서면으로 상담 신청을 하면 된다. 상담 후 분쟁 당사자가 중재합의를 하면 법원이 아닌 화해중재원이 판정을 하게 되고, 이것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김 명예원장은 “상담 신청은 많지만 실제로 화해중재원을 통해 중재가 이뤄지는 경우는 극소수”라며 “각 교단이 교회 내 모든 분쟁을 화해중재원으로 일원화한다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독교화해중재원은 현재 대법원 행정처 소속의 사단법인화 과정을 밟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민사·가사 사건 중 교회와 교인 간 소송은 모두 기독교화해중재원이 맡게 된다. 기독교화해중재원이 명실상부한 ‘기독교 법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심요섭(정읍성광교회 장로) 변호사도 이날 오후 ‘정관과 규정, 왜 필요한가?’ 제목의 선택특강에서 “본격 재판에 앞서 임시 처벌하는 사회법정의 가처분 제도처럼 교단도 교회나 교인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사회법정으로 가기에 앞서 임시처분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단 헌법에 ‘기독교화해중재원 같은 조정기관의 합의와 조정을 거친다’는 규정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 변호사는 교회 정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200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교회 내 분란 시 정관 존재 유무가 판단 기준이 됐다”면서 “교회 정관은 교회 분란을 사전 예방할 뿐 아니라 문제 발생 시엔 문제 해결의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 변호사는 “교단 신학교 교수들이 운영(행정), 인사, 회계, 선거, 권징 등 교회 정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성=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