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牧者 릴레이 신장이식 “나누니 날로 행복해지네요”

입력 2011-08-23 18:21


왕희광 목사·최귀헌 전도사의 아름다운 생명나눔 스토리

신장이 하나씩밖에 없는 두 남자가 있다. 두 남자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이웃 병실에 나란히 입원해 있다. 비록 신장 하나만으로 평생을 살아야 하지만 나눔으로 인해 행복하다는 두 남자. 목회자의 길을 택해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왕희광(42) 목사와 최귀헌(28) 전도사가 그 주인공이다.

22일 오후 왕 목사의 병실로 옆 병실에 입원한 최 전도사가 찾아왔다. “목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어머니께서 건강을 되찾고 계세요.” 자신도 신장을 기증해 수액을 맞으며 회복을 기다리고 있지만 최 전도사는 밝은 모습으로 왕 목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왕 목사는 지난 17일 최 전도사의 어머니께 신장을 내어 드렸고, 이틀 뒤 최 전도사는 동갑내기 여성 신부전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했다.

서울 새소망교회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왕 목사는 16년 전 ‘살아 있을 때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서원기도했다. 16년 동안 마음에만 담아뒀던 기도가 지난 2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장인 박진탁 목사의 말씀을 들은 뒤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는 “건강한 사람의 신장이 신부전으로 고통 받는 이웃을 살릴 수 있다기에 아내와 함께 생존시 신장기증을 서약했다”며 “걱정하실까봐 74세 노모께는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잘 회복했으니 아시더라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왕 목사의 신장을 받은 이식자는 최 전도사의 어머니인 박모(54)씨다. 최 전도사의 어머니는 3년 전 이식대기자로 등록해놓고 딱 맞는 신장을 기증받기까지 2년여를 기다렸다. 최 전도사는 어머니에게 기증자가 나타나면 자신도 신장을 기증하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곧장 실행에 옮겼다.

경남 김해 장유대성교회에서 중등부를 섬기고 있는 최 전도사는 수술 이후 중등부 아이들 100여명으로부터 응원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주변의 격려와 기도를 받으며 사랑이 사랑으로 전달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4시간여 진행된 수술도, 회복실에서의 아픔도 신장 기증이 주는 사랑과 행복에 견줄 수 없었다. 최 전도사는 “신장 기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해지는 일”이라며 “19개월 된 딸아이와 신장기증에 선뜻 동의해 준 아내,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왕 목사와 최 전도사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신장을 하나씩 기증하면서 여러 공통점을 나누게 됐다. 신장 기증자로서 가장 확실한 교집합은 ‘날로 행복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기증을 원하는 경우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02-363-2114)로 연락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