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하락 마무리냐, 2차 하락이냐… 유럽이 최대 변수

입력 2011-08-23 18:08


전례 없이 가파른 주가하락이 당황스럽다. 뚜렷한 하락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자. 경기침체 우려로 시작된 이번 하락은 이제 정상적인 경기침체를 벗어나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철저히 감정적인 요인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국면이다. 지금은 기업실적 하향조정의 위험이 신용위험까지 전개된 상태, 즉 ‘네거티브 피드백’의 두 번째 단계로 보인다.

주가하락의 원인이 경기문제라면 하락은 대강 마무리될 것이다. 그러나 신용경색으로 연결된다면 그 파장은 시장을 좀 더 압박할 수 있다. 하락의 싸이클이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지 2차 하락으로 연결될지는 위기의 진앙지인 유럽은행의 현금상황에 달려 있다.

미국은 유럽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다. 버냉키의 잭슨홀 연설에 시장의 기대가 높지만 미국이 아직 여유로운 상황이라는 것은 기대수준을 낮춰야 할 요인이 된다. 그렇지만 세 가지 가능성은 남아있다.

첫째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즉 장기금리를 일정수준으로 고정시키는 정책이다. 이는 금리의 장기전망을 낮춤으로써 위험자산에의 투자를 자극하는 정책이다. 둘째, 은행의 초과지준에 금리인하 또는 수수료 부과를 통해 은행들이 민간대출을 촉진토록 하는 정책이다. 마지막은 물가목표제의 도입이다. 현재 2%대인 목표 물가를 더 높은 수준으로 설정해 양적완화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버냉키가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내놓을지, 단순히 그런 수단이 있다는 정도만 언급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심리 안정에는 도움을 줄 것이다.

버냉키의 시장 친화적 발언이 있다 하더라도 유럽 위기를 당장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이 실물경기의 부양을 촉진하는 정책을 담당한다면 유럽은 신용경색우려 해소를 담당해야 한다. 유럽이 어떤 카드를 내놓아야 시장이 반등할까? 첫째 대안은 유로본드의 도입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돼 위기를 당장 수습할 수 없다. 둘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확충인데 독일 등의 반대로 쉽지 않겠지만 시행되면 상당한 안정감을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사실상 보증이다. 이는 특정 국가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선택이 용이하다.

하지만 유럽은 단결된 적이 별로 없는 국가들이다. 역사와 문화가 서로 달라 통합이 어렵다. 어떻게 될지 필자도 알기 어렵다. 정보의 부재, 유통의 제한이 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어 단기간에 획기적 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것이 투자자의 숙명이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에 이어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이사가 ‘금융시장 읽기’를 맡습니다. 채 대표는 삼성증권 투자전략 담당 연구원, 삼성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을 역임했습니다.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