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자들 기독교 가치에서 나라의 미래 방향 찾게 될 것”… 최근 내한 위안즈밍 목사
입력 2011-08-23 21:30
무신론자였다.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였다. 르포작가 쑤샤오캉(蘇曉康), 왕루샹(王魯湘)과 함께 집필한 다큐멘터리 ‘허상(河?)’이 1988년 6월 중국 국영방송 CCTV에서 방영되기 전까지였다.
허상에 대해 지식인과 젊은이들은 열광한 반면 중국 공산당과 정부 관계자들은 노발대발했다. ‘허(河)’는 황허문명, 즉 중화민족을 상징한다. ‘상(?)’은 ‘일찍 죽을 상’, 요사(夭死)를 뜻한다. 허상은 결국 황허문명으로 상징되는 중국문명이 끝났다는 의미다. 중국이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서구가 걸어간 길에서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다. 이는 이듬해 5∼6월 천안문광장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의 시대정신이 됐다. 정부는 89년 6·4 천안문 사태의 책임을 물을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 타깃 중 한 명으로 그가 지목됐다. 중국 최고학부의 하나인 인민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이수하던 그는 수배자가 돼 고국을 등져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이국에서 복음을 접했다. 중국 출신 민주인사 중 첫 번째로 크리스천이 된 것. 현재 전 세계 중화권 부흥사로 활동 중인 위안즈밍(遠志明·56·선저우전파협회 설립자) 목사의 이야기다.
그가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Acts29비전빌리지에서 열린 ‘미션차이나 2011’ 강사로 내한했다. 투사와 같은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마음씨 좋은 이웃 형과 같았다. 이날 저녁 인터뷰에서 그는 중국교회를 위한 한국교회 역할론을 제안했다.
위안 목사는 먼저 “한국교회의 성장과 선교적 열정이 존경스럽고 놀랍다”는 말로 한국 기독교의 생명력을 높게 평가했다. “지난 2000년 기독교역사를 살펴보면 복음은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거쳐 중동, 이슬람권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복음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죠. 한국교회가 중국 형제자매들이 그 빚을 청산하기 위해 전 세계로 복음 들고 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중국교회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을지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교회는 불완전한 자유상태에 있다”면서 “성도에 대한 양육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하고 목회자 또한 매우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20주째 중국 정부와 집회 장소를 놓고 대치 중인 베이징 서우왕(守望)교회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기독교 발전에 있어 (이 같은 마찰은) 필연입니다. 중국 가정교회는 원래 지하에 있었죠. 교회가 부흥하면서 지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특히 도시신흥교회가 급성장하면서 성도들이 마음껏 예배를 드릴 장소가 절실해졌습니다.”
위안 목사는 “서우왕교회가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 선봉에 선 것”이라며 “희생이 불가피하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전략이 아니라 기도, 전도 등 복음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교회를 위한 한국교회의 3대 과제도 언급했다. “첫째, 중국교회를 적극 격려해줘야 합니다. 중국교회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지지해 주세요. 둘째, 실질적인 지지로 중국교회의 신학수준과 목양, 훈련을 강화시켜줘야 합니다. 셋째, 해외 중국 유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위안 목사는 중국 지도자들이 기독교 가치에서 나라의 미래 방향을 찾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는 “파워엘리트 내부에서 ‘기독교의 기여 가능성’이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있다”면서 “기독교가 공산당과 정부의 대립요소가 아니라 국가를 보다 건실하게 하는 밑거름이라는 확신을 더욱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