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구글·애플 뛰어넘을 SW분야 ‘최종병기’ 키운다
입력 2011-08-23 17:47
소프트웨어학과 신설…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 꿈꾸는 한양대
한양대는 2012학년도부터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키로 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의 소프트웨어학과나 전산학과 정원이 미달되는 상황에서 역발상을 시도한 것이다. 최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사례에서 보듯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가 갈수록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부사장 등을 거쳐 최근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부임한 유인경 교수는 23일 “컴퓨터 관련 전공 인력이 연간 3만명 정도 배출되지만 기업에서는 쓸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소수 정예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학과 등 주요 학과 등록금 전액 지원=한양대는 2020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10대 플래그십(Flagship·중점)’ 분야를 선정했다. 플래그십 분야에는 소프트웨어학과를 비롯해 융합전자공학부, 미래자동차공학부 등이 포함됐다.
소프트웨어학과는 재학생 등록금 전액을 교비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신입생 정원은 30명으로 현재 컴퓨터공학과 115명에서 따로 떼어 냈다. 소프트웨어학과에서는 스마트폰, 해킹, 웹응용기술 등을 도제식으로 가르칠 계획이다. 유 교수는 “강의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교수가 학생과 1대 1로 프로그램을 실습하면서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 마련된 개인 연구공간에서 개인컴퓨터를 활용해 공부할 수 있다. 한양대는 소프트웨어학과가 성과가 좋을 경우 정원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융합전자공학부는 지난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을 모델로 만들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방송통신, 휴대전화 단말기를 융합하는 미래기술을 개발한다. 학생들은 3학년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방송통신융합 등 6가지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 교육을 받는다. 등록금 전액은 교비와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가 지원한다. 3∼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1년간 해외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다.
미래자동차공학부는 지능형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를 개발할 기술 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올해 신설됐다. 기초과학, 기계공학 등 자동차의 설계에 필요한 기초학문뿐 아니라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기술도 함께 배운다. 최근엔 세계 1위 자동차부품회사인 보쉬와 산학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산학협력, 연구소 유치 등 인프라 구축=한양대는 세계 100대 연구중심대학 진입을 위해 일찌감치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2008년에는 일본 최고 기초과학연구소인 일본이화학연구소(RIKEN) 분원을 유치해 일본에서 파견된 연구진 7명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차세대메모리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단을 유치해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과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구비 413억원을 지원받아 차세대메모리로 각광받는 30나노급 P램(상변화메모리), R램(저항변화메모리) 등을 개발하는 성과를 냈다.
한양대 ERICA캠퍼스는 10만평 규모의 연구·산학협력 클러스터를 조성해 LG이노텍 연구소, 생산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을 유치했다. 한양대는 이들 연구소와 교류하면서 기업의 최신 연구 수요, 세계 연구 동향 등을 반영하고 있다.
한양대는 이미 이공계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연간 50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고, 출원된 특허를 기업에 이전해 얻는 기술이전 수익은 지난해 국내 1위를 차지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수익 123억원으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연구비 수주액은 20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2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8년에는 국내 최초로 대학기술 지주회사를 설립했다. 현재 잡음제거 솔루션 업체인 ‘트란스노’를 비롯해 자회사 6곳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연간 30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양대 관계자는 “플래그십 연구분야 육성, 산학협력 확대, 연구비 확충 등을 목표로 연구지원 시스템을 혁신하고 있다”며 “서울 캠퍼스는 연구와 교육, ERICA 캠퍼스는 교육과 산학협력에 중심을 두고 캠퍼스 특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