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숙한 민주시민의 선택이 절실하다

입력 2011-08-23 17:53

보수·진보 진영이 그동안 사활을 걸고 투쟁을 벌여온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24일 오전 시작됐다. 이번 투표는 대한민국 역사상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투표’가 되어버렸다. 전면 무상급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본질적인 문제는 뒷전에 밀어놓고 투표를 하자, 말자로 갈려 개함여부를 가름 짓는 투표율 33.3%에 온통 관심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에서 공공의 의사결정을 위해 찬반을 직접 묻는 투표에 참가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의무요 권리다. 이를 ‘나쁜 투표’로 규정짓고 시민들에게 투표에 불참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행동으로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진보진영은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생각으로 투표 불참을 유도해 전면 무상급식 목표를 이루려하고 있으나 옳지 않다. 정정당당하게 주민들의 의사를 묻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성숙한 시민 자세다.

이번 투표의 논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부모 자녀들까지 무상급식을 제공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주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절차다. ‘단계적 실시’가 오세훈 시장이 시장직을 걸고 내놓은 안이고 당장 ‘전면 실시’하자는 것이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안이다. 복지확대는 전 지구적 화두가 되었다. 다만 예산의 투입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는 각 나라 정치 지도자와 주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따라서 복지예산 투입 수준을 결정하는 주민투표에 ‘나쁜 투표’와 ‘좋은 투표’가 있을 수 없다. 전면 무상급식과 단계적 무상급식의 두 가지 사안에 대한 선택만 있을 뿐이다. 서울 시민이라면 오늘 밤 8시까지 계속되는 주민투표에 참여해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자신과 이해관계가 직결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소홀히 할 수 있으나 투표결과에 따라 훗날 시민 각자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과열된 탓에 그 어느 때보다 불법·탈법이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는 그 어느 쪽이든 민주적 기본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적발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