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앞에 사분오열… 미국은 위기때 극적 합의
입력 2011-08-23 22:20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미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에서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분석하면서 썼던 말이다. 거시지표상으로 서로 닮은 듯한 두 거대경제권의 위기는 사실 본질적인 차이를 담고 있다. 유로화는 달러화 같은 기축통화가 아니며 유로존의 정치 리더십은 미국과 달리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는 점이 그렇다.
◇유럽은 미국이 아니다=유럽은 미국처럼 경기침체와 높은 채무비율, 저성장이라는 공약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찍어내 시간을 벌 수 있는 반면 유럽에는 발권의 이점이 없다. 지표상에도 차이가 있다.
올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 전망치는 88%로 높지만 미국의 98%보다 낮다. 하지만 실업률은 9.9%로 미국의 9.1%보다 약간 높다. 성장도 유로존의 올 2분기 GDP 성장률이 0.2%, 프랑스 0%로 거의 멈춘 상태다. 미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은 1.3%로 이보다는 나은 상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1단계 내렸음에도 미 국채를 찾는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도 미국의 특별한 지위를 말해준다. 마땅히 가동할 수 있는 경기부양책은 없지만 미국은 유럽과 달리 그럭저럭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정치적 구심점이 없는 유럽=유럽과 미국은 정치적 리더십에도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난 2일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앞두고 어쨌든 민주·공화 양당이 합의를 이뤄냈지만 선거를 앞둔 유럽의 지도자들은 국내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타임은 유럽을 ‘이기적인 연합’이라고 규정했다. 근접성을 활용한 시장이익은 추구하지만 정치적·사회적 통합을 위한 유럽연합은 없다는 얘기다. 일례로 독일 정부는 극우정당인 자유민주당과의 갈등으로 정책적 제약을 받고 있는데 이들은 방만한 재정운영을 해왔던 국가들에 어떤 지원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나마 봉합책으로 내놓은 긴축정책마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3년 균형예산을 목표로 지난 12일 455억 유로의 재정긴축과 증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무라인터내셔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의 긴축정책은 너무 낙관적인 성장 전망치에 의존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만큼 의욕적이지 않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