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 피아노를 아십니까

입력 2011-08-23 21:32


[미션라이프] 서울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내에 있는 ‘배재학당 피아노’가 23일 문화재청에 의해 우리나라 근·현대 음악관련 유산 문화재로 등록 예고됐다.

이 피아노는 1911년쯤 독일 블뤼트너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학당을 설립한 아펜젤러 선교사의 아들이 1932년부터 약 1년간 대강당을 신축하면서 미국에서 가져왔다. 현존하는 국내 연주회용 피아노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배재학당역사박물관 문혜영 학예연구사는 “그 당시 공연을 위한 피아노는 상당히 귀했기 때문에 배재학당 피아노는 학생 교육뿐 아니라 음악가들의 연주용으로 사용됐다”며 “특히 일제시대 때는 공연활동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간섭이 덜했던 미션스쿨인 배재학당이 선호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근·현대사 음악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배재학당 피아노에는 여러 음악가들의 손길이 있었다. 한국 최고의 작곡가인 이흥렬씨를 비롯, 서울대 교수이자 예술원 회원을 지낸 피아니스트 김순열씨, 천재적인 작곡가인 김순남씨 등이 작품 연주회 등을 가졌다. 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한동일 백건우 교수도 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다.

현재 피아노는 몇 차례 수리를 거쳤지만 역사박물관에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존되어 있다. 55년 이후 강당에서의 공연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는 사용되기보다는 보존됐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 학예연구사는 “배재학당 졸업생들에 따르면 이 피아노를 인민군이 가져가려고 했는데 무거워서 못 가져갔다고 들었다”며 “6·25 폭격에도 살아남은 피아노인데, 후손들이 더 신경써 관리해야 된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