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평택 선한목자교회 박종운 목사] “성장 비결요? 그냥 한번 와본 성도들 귀하게 대했죠”

입력 2011-08-23 17:32


사회에 반기독교 정서가 높아지고 교회 성장이 정체된 요즘, 개척교회의 부흥은 가능한 것일까. 지난 18일 경기도 평택 선한목자교회에서 만난 박종운(44) 목사는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가 개척한 교회가 그 증거라고 했다. 2003년 132.23㎡(40평) 상가에서 시작한 교회는 297.52㎡(90평), 661.15㎡(200평) 상가를 거쳐 교회 건축을 하기까지 꼭 8년이 걸렸다. 목사 내외가 전부였던 성도 수도 현재 900여명에 이른다. 교회에 부흥이란 단어 자체가 생경해지고 신학생들도 개척을 꺼리는 상황에서 이 교회가 단기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박 목사는 그 비결로 제자훈련, 전도, 따뜻한 관심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이 세 가지를 묶어 ‘개척교회 신념’이라고 표현했다. 이 개척교회 신념으로 목회하면 성도는 주님께서 불러주신다는 것이다.

“기존 신자들은 구역예배, 성가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어 해 중대형 교회에 가고, 개척교회엔 주로 초신자가 와요. 기존 신자들이 오는 경우엔 대형교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죠. 그러다보니 이들은 교인이 아닌 손님처럼 교회에 나옵니다.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열심히 전도하고 제자훈련을 통해 가르치면 처음에 구경 왔다던 성도도 다시 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은혜를 주셔서 가능한 일이죠.”

사실 박 목사가 제시한 3가지 비결은 기존 교회에도 많이 진행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성도가 거의 없는 개척교회에서는 이조차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목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매일 1시간 이상 전도지를 돌리며 전도했고 주일엔 교회 승합차를 몰며 직접 교인들을 교회로 데려왔다. 예배 10분 전 도착해서 설교하는 강행군이 이어졌다. 아내가 없을 땐 식사도 직접 지어 대접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착하는 교인은 거의 없었다. 아내와 부목사 시절 알게 된 화가 권사님을 강사로 ‘토요예능학교’를 개설해 아이들은 조금씩 늘고 있었지만 장년 성도는 도무지 늘지 않았다. 개척멤버도 없는지라 예배당은 목사 내외만 단둘이 있는 날이 꽤 많았다. 찬송 소리에 들어왔던 사람들도 “어! 사람이 아무도 없네?”라며 나가기 일쑤였다. 박 목사는 이를 좌절보단 훈련의 기회로 삼기로 했다. 성도가 있으면 설교했고 없으면 아내를 붙잡고 함께 제자훈련을 했다. 서로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한 학부모가 제자훈련을 받아보겠다고 나섰다. 단 조건이 있었다. 제자훈련을 마칠 때까지 교회 등록을 권유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박 목사는 기쁜 마음으로 이에 응했고 동시에 교육전도사도 모집했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아이들은 교육전도사에게 맡기고 자신은 제자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제자훈련 10주 기간 중 7주 만에 교인들은 스스로 등록하기 시작했다. 장년 성도 수가 1, 2년 새에 30명, 120명으로 불어났고 5년차엔 250여명, 현재는 900여명으로 늘어났다. 늘어나는 교인수로 세 차례에 걸쳐 상가 건물에서 예배를 드리던 교회는 2009년엔 새 성전을 건축해 입당예배를 드렸다. 논밭과 아파트가 섞인 인구 4만명의 소도시에서 연고도 없이 이뤄낸 결과였다.

“개척교회를 목회하며 느낀 것은 나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상가 건물을 옮기거나 교회 건축을 할 때도 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예전 사역지에서 만났던 권사님이 ‘박 목사가 개척교회를 하면 1억원을 전달하라’는 유언을 남겨 위기를 넘겼던 적도 있습니다. 건축헌금도 강요한 적이 없는데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냈고요. 건축은 목사가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한 영혼을 사랑하고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개척교회의 최대 장점은 따뜻한 관심과 사랑입니다. 한 초신자가 자신은 목회자에게 받는 사랑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느낄 때가 많다고 고백했습니다.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핵가족화된 세대엔 제일 필요한 것이 하나님입니다. 아무래도 대형교회보다는 개척교회가 여기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는 개척교회의 한계로 다양한 목회서비스의 부족을 들었다. 이를 해결해야만 성도들이 교회에 정착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 개척교회에서 10년간 신앙생활을 하다가 최근 우리 교회로 오신 분들이 있는데 왜 오셨냐고 물으니 오랫동안 섬겼지만 성가대, 제자훈련 등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더라고요. 개척교회도 성도들에게 더 좋은 목회서비스를 제공키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박 목사는 그래서 교인 1명이 하나의 사역을 맡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러자 성도의 정착률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예수님이 스타가 되셔야지 내가 스타가 되면 안 되는데….” 박 목사는 개척교회를 중형교회로 일궈낸 이야기를 하면서 겸손해했다. 앞으로 더 많은 교회를 개척해 선교하고 싶다는 그는 목회자 후배들이 개척교회의 필요성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했다.

“교회를 개척하면 목사는 목회의 본질로 돌아가게 됩니다. 한 영혼을 귀히 여기는 법을 배우게 되죠. 한국교회가 살려면 개척교회를 통한 작은 세포들이 살아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척교회의 부흥이 필수적입니다. 편한 길을 찾기보단 배수의 진을 치는 간절함이 필요해요.”

평택=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