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다피, 더 이상 유혈 막을 결단내려라
입력 2011-08-22 19:56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42년 독재체제가 막을 내리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원을 받은 리비아 반군은 21일(현지시간) 카다피의 최후 거점인 수도 트리폴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반군은 카다피의 정예부대를 손쉽게 격퇴하고,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수도 입성에 성공했다. 카다피 관저인 바브 알 아지지야 요새 등 일부를 제외한 수도 전 지역을 장악했으며, 카다피의 아들들도 생포했다.
나토 영국 등은 성명을 통해 “카다피 종말이 임박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트리폴리가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철석같이 믿었던 정예부대의 마지노선이 뚫렸고, 국민이 등을 돌린 점으로 미뤄 카다피의 철권통치는 사실상 끝났다고 외신은 평가한다.
카다피는 백기투항을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유혈참극을 조장하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반군 대표기구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카다피 이후의 리비아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약 140개 부족으로 분화된 리비아는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언제든지 부족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사담 후세인이 체포·처형된 뒤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반목이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NTC는 내부 반목·알력을 봉합하고 국민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국민 요구를 수렴한 헌법을 만들고, 유엔 감시 하의 투표를 통해 새 정권을 출범시킬 막중한 책임이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리비아가 빠른 시일 안에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민주체제로 전환하도록 도와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반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된 카다피 일당을 엄중히 심판하기 바란다.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리비아까지 몰아닥친 민주화 열망이 독재국가인 짐바브웨 카메룬 수단 앙골라 북한 등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이들 국가의 독재자들은 ‘재스민 혁명’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