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의 反한류 시위와 문화쇄국주의

입력 2011-08-22 19:57

21일 오후 도쿄의 후지TV 본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인 일본인들의 행동과 구호를 보면 한류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넘어 반한(反韓) 정서까지 읽힌다. 규모가 6000여명에 이를 만큼 많은 데다 지난 7일에 이어 계획적으로 조직된 시위란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시위 단체가 후지TV에 광고하는 기업체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인다는 점에서 순수한 소비자운동으로 보기도 어렵다.



물론 이들은 혐한(嫌韓)이 아니라 후지TV의 편파적인 편성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방송사 앞을 점령한 시위대는 주변을 행진하면서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지 않다” “후지TV는 한류를 강요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후지TV가 내보내는 한국 드라마 방송 시간은 월 40시간으로 NHK(4시간) TBS(20시간)보다 많은 점,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가요를 과도하게 홍보하는 점을 불만으로 꼽았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든 민영 TV의 편성권은 자율을 기초로 한다. 상업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일본 민방 역시 시청자의 호응이 없으면 편성 자체가 어렵다. 후지TV가 한류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한류를 옹호해서가 아니라 일정한 시청률을 보장하고 상업 광고가 뒤따라 주기 때문이다. 한류 드라마나 가요를 즐기는 대상도 중년 주부에서 초등학생까지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것도 편성 시간을 늘리는 이유일 것이다.

한류는 이제 하나의 트렌드다.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는 국경을 쉽게 넘나든다.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물과 같이 흐른다. 그것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한국이 식민지라는 역사적 상처와 지나친 상업성 때문에 한때 일본 대중문화를 거부하다 점진적으로 문을 연 것도 이런 문화의 속성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일본도 문화적 쇄국주의로 치달을 것이 아니라 한류를 자연스러운 교류의 형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일장기를 앞세운 채 기미가요를 부르고 ‘천황 만세’까지 외치며 민족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옹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