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세대 지도자 유력 시진핑·리커창… 나란히 국제무대 눈길끈 행보
입력 2011-08-22 21:32
중국의 시진핑(習近平·58) 국가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56) 부총리 두 사람은 지난주 정말 뜻 깊은 한때를 보냈다. 차세대 지도자 중 가장 주목받는 이들이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차기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 확실시되는 시 부주석은 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이어진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방중 기간 내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홍콩을 방문한 리 부총리는 지난 18일 홍콩대 개교 100주년 기념식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5세대 지도자 중 선두 주자인 이들이 동시에 눈길 끄는 일정을 소화한 것은 10년 만에 한 번 있는 내년의 중국 지도자 교체를 앞두고 인지도를 높이려는 계산된 행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중국은 내년 10월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차기 공산당 지도부를 구성한다. 공산당 지도부는 주석과 총리, 상무위원 7명 등 9명이다. 2013년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할 예정이다.
시 부주석의 경우 일정을 넘기면서까지 바이든 부통령과 면담을 계속해 미국 관리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 관리들은 “시 부주석이 미국의 국가채무 상환 증액 타결과정을 자세히 물어보면서 정치 현안에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확실한 생각이 있었고 접근방식도 전략적이었다”고 말했다.
시 부주석은 2008년 쓰촨(四川) 대지진 피해현장 중 하나인 두장옌(都江堰)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바이든 부통령에게 “매년 주민들을 만나려고 현장을 방문했다”고 말하는 등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 부주석은 이러한 발언 등을 통해 “서방은 중국을 함부로 간섭하지 말라”고 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리 부총리의 홍콩 방문은 2007년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이후 처음이다. 홍콩 사무를 담당하는 상무위원은 시 부주석이다. 그런데도 리 부총리가 홍콩을 방문토록 한 것은 ‘차기 총리 굳히기’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리 부총리는 왕치산(王岐山·63) 부총리와 경쟁 관계에 있었으나 이번 홍콩 방문으로 교통정리가 되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또 “리 부총리에 대한 의전 수준도 후 주석이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 못지않았다”고 전했다. 시 부주석(칭화대 법학박사)과 리 부총리(베이징대 경제학박사)는 각각 태자당과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으로 한때 라이벌 관계에 있기도 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