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으로 사라진 태극자매 100승… 최나연 준우승 그쳐
입력 2011-08-22 18:23
통상 18번홀은 극적인 효과를 노리고 어렵게 꾸며진다. 22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 최종 3라운드가 열린 미국 오리건주 노스 플레인스의 펌프킨 리지 골프장 18번홀도 예외는 아니었다.
431야드짜리 파4인 이 홀은 페어웨이 왼쪽은 나무로 둘러싸였고 오른쪽은 연못이 도사리고 있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잘 보냈더라도 두 번째 샷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린 주변의 깊은 러프에 빠지거나 연못으로 굴러 떨어진다.
우승을 눈앞에 뒀던 최나연(24·SK텔레콤)과 박희영(24·하나금융그룹)은 이 홀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하는 바람에 한국선수 LPGA 통산 100승 꿈도 뒤로 미뤄야 했다.
최나연은 17번홀까지 1타차 선두였다. 한국선수들도 100승 달성 축하 샴페인을 터뜨리기 위해 18번홀 주변에 서성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18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왼쪽 러프로 보내는 바람에 최나연의 불운은 시작됐다. 깊은 러프에서 친 어프로치샷이 짧아 홀 앞 1.5m 지점에 멈춰 섰고 최나연은 파퍼트를 놓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함께 합계 6언더파 207타로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연장전이 치러진 18번홀. 양 선수의 드라이버샷은 페어웨이로 잘 들어왔다. 그린까지 148야드를 남기고 8번 아이언으로 친 페테르센의 두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쳐 러프에 살짝 들어갔다. 그러나 137야드를 남기고 친 최나연의 9번 아이언샷은 그린 오른쪽으로 날아갔고 볼은 경사면을 맞고 물속으로 빠졌다. 1벌타를 받고 물에 빠진 지점 후방에서 네 번째 샷을 날린 최나연은 홀 뒤 4m 지점에서 친 보기 퍼트도 실패했다. 세 번째 샷으로 홀 1.5m 지점에 볼을 붙인 페테르센은 파퍼트를 집어넣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1라운드에서도 8언더파를 치다 18번홀에서 더블보기를 했던 최나연으로서는 18번홀 세팅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