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삶의 응급실’ 단식기도원 가보니… 육체의 갈증 이기고 영혼의 목마름까지 채우다

입력 2011-08-22 18:12


지난 20일 서울 홍제동 요나3일 영성원(원장 이에스더 목사). 이곳에 들어온 성도들은 외부와 소통을 끊고 참회의 단식에 들어간다. 음식은 물론 물도 입에 대지 않는다. 생명연장의 행위를 중단하고 오직 하나님을 바라보며 급속한 치료와 응답을 간청한다. 구약의 모세 다윗 엘리야 다니엘 에스더처럼, 신약의 예수님 바울 안나처럼 응급실에서 하나님께 SOS를 외치는 것이다.

길이 1.7m, 폭 80㎝의 50개의 소형 기도실은 잘 차려진 교도소 독방 같았다. 양쪽 벽은 마치 인생에 가로막힌 장애물 같다. 영성원 이름엔 요나가 들어간다. ‘요나’를 거꾸로 하면 ‘나요’다.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것이다. 하나님 말씀을 어기고 다시스로 도망가다 물고기 뱃속에 갇힌 요나처럼(욘 2:1∼9) 개인의 죄와 국가의 죄를 통회하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꼬르륵.’ 기자도 첫날 주린 배를 움켜쥐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입이 껄끄러워지고 소변이 짙어졌다. 머리가 몽롱해지고 입에선 단맛이 났다. 참석자들은 매일 오후 2시, 오후 9시30분, 자정 기도모임을 갖고 말씀과 기도에 집중한다. 둘째 날은 지옥에 떨어진 부자가 거지 나사로를 통해 물 한 방울을 간청하듯 목이 타들어갔다(눅 16:24). 발걸음이 축 처졌다.

이모(44·여)씨는 “너무 목이 말라 다른 것은 생각 안 나고 물 한 방울만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다”면서 “양치질을 할 때면 수돗물을 몰래 한 모금 마실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이때까지 주신 모든 것들이 은혜였으며,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교만하게 살았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사도 바울이 회심 시 사흘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듯(행 9:9) 참석자들은 마음 깊숙이 얽혀 있던 잘못된 생각을 단식기도로 돌이킨다. 아내와 함께 온 이모(64)씨는 “언젠가 비행 청소년을 수용하는 보호관찰소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오늘 내 모습이 거기에 갇힌 죄인처럼 딱 그렇게 보였다”면서 “정말 하나님 앞에 내가 이렇게 죄인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금 겪고 있는 인생의 위기 앞에 어떤 말씀보다 회개하라는 명령이 가장 많이 와 닿는다”면서 “세상의 모든 생각을 접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 묵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누구나 겸허하게 될 때 하나님 앞에 선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죄책의 고통에서 해방되며 용서를 확신한다. 하나님의 긍휼과 인자하심을 체험하면 다른 사람의 죄와 허물, 실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가난한 마음을 통해 세상을,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바뀌는 것이다.

3일 단식을 마친 최모(38·여)씨는 “둘째 날 저녁이 가장 큰 고비인데 그땐 정말 솔직히 ‘내가 왜 단식을 한다고 하나님 앞에 서원했을까’하는 후회까지 들었다”면서 “하지만 내가 살아나는 이기적 마음을 내려놓고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회복 때문에 단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설 때 깨어진 모든 관계가 회복되고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품게 된다”면서 “이 기쁨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샘솟는 기쁨으로 받은 자 외에는 알 길이 없는 참 기쁨”이라고 했다.

성경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금식이 흉악과 멍에의 결박을 풀어주며 압제당하는 자를 자유케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다고 밝히고 있다(사 58:6). 단식 후 나온 흰 미음, 된장 한 그릇이 꿀맛 같았다. 영성원을 나오며 이런 문구를 봤다. ‘하나님의 관심은 기도하는 자에게 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