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끝났다’ 반군, 트리폴리 95% 장악…장남 등 아들 3명 생포
입력 2011-08-23 00:25
6개월을 끌어 온 리비아 사태가 반군의 트리폴리 장악으로 사실상 결말로 향하고 있다.
반군은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관저 밥 알아지지아 등을 제외한 수도 트리폴리 95%를 장악했다고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반군은 트리폴리 중심이자 카다피 정권의 상징인 녹색광장에 모여 반군 깃발을 흔들고 하늘에 총을 쏘며 승리를 자축했다. 반군은 이곳을 순교자광장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이날도 카다피 관저에서 정부군 탱크와 반군 간 교전이 벌어졌고 반군은 관저 500븖 앞까지 진격했다. 반군 과도국가위원회(NTC)는 벵가지에서 구성한 임시정부를 트리폴리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과정에서 카다피 장남 모하메드, 둘째아들 사이프 알이슬람, 삼남 알사디 등 아들 3명이 생포됐다. 국제형사재판소(ICC)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정의를 실현할 시간이 왔다”면서 사이프를 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알 바그다디 알리 알 마후무디 리비아 총리도 튀니지에 머물고 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카다피 정권의 붕괴는 분명하다”면서 “리비아에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울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리비아 사태가 중요한 지점에 왔다. 이제 독재자는 물러나야 한다”면서 “반군은 인권을 보호해야 하며 리비아에는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NTC 2인자 마흐무드 지브릴을 24일 파리로 초청했다고 유럽1 라디오 방송이 보도했다. 아랍연맹, 이집트 등은 이날 잇달아 반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카다피는 여전히 항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국영방송에 남긴 육성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저들(반군)은 트리폴리를 불태울 것”이라며 “물, 음식, 전기 그리고 자유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카다피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그가 트리폴리에 머물고 있다는 설과 국외로 망명했다는 소문이 엇갈리고 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300명이 반군의 공격으로 사망했다”며 “반군 때문에 ‘참사’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유럽 증시는 카다피 정권 붕괴 임박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날보다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도 1.4% 상승하며 장을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물러나면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