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경호 최적”… 북·러 정상회담 ‘울란우데’ 택했다

입력 2011-08-22 21:59

왜 울란우데일까.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특별 전용열차’로 이곳에 도착, 2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2001년 러시아 방문 때는 모스크바에서, 2002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9년 만에 이뤄지는 양국 정상회담 장소로 이번엔 울란우데가 선택됐다. 러시아 동부 부랴트 자치공화국의 행정수도이자 인구 40만명의 중간 규모인 이 도시가 회담 장소로 선택된 데에는 ‘보안 유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2일 “현재까지 파악한 회담 장소는 울란우데의 군부대인데, 대통령 관저에서 회담을 하지 않는 이상 호텔 같은 곳은 보안 측면에서 북한이 민감해할 수 있다”며 “보안 및 경호 문제를 감안해 이 도시를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기차로 이동하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울란우데는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세계 최장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중간 기착지다. 몽골 횡단철도가 갈라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몽골횡단철도는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 베이징까지 이어진다.

울란우데가 아직까지도 사회주의 향취가 많이 남아 있는 도시라는 점도 회담 장소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울란우데는 지금도 시내 한가운데에 대형 레닌 동상이 서 있고, 시민들도 옛 소련에 대한 향수를 강하게 갖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이곳이 지하자원이 풍부하고 군수산업이 발달해 경제협력을 상징하는 도시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지적했다.

한편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당초 예상됐던 23일보다 하루 늦은 24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한 소식통은 “손님(김 위원장)은 내일(23일) 도착하고, 우리 쪽(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수요일(24일)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정부 당국자도 “기차로만 하루 이상 걸리는 고된 여정이고, 김 위원장의 건강상 여건 등을 감안하면 23일 곧바로 회담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울란우데에서 정상회담을 전후해 이 지역 특수부대를 방문, 폭파 사격 및 격투기 시범을 참관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대표 일간지 ‘이즈베스티아’는 “이 같은 특수부대원의 시범은 러시아 인근 해역에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바이칼 호수를 방문해 보트를 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