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정권 붕괴] 내부 배신으로 최정예부대 자멸 ‘결정적’
입력 2011-08-22 18:37
반군이 트리폴리를 예상보다 빠르게 함락시킬 수 있었던 것은 ‘카미스 여단’인 32여단 주둔 기지 함락이 결정적이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리폴리 서쪽으로 약 26㎞ 떨어진 이 기지에는 최정예 요원과 무기 등이 배치돼 있으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막내아들 카미스가 지휘하고 있다.
거센 저항이 예상됐지만 반군은 의외로 쉽게 이곳을 21일 장악했다. 이유는 카다피 측 내부의 배신이었다. 이곳 지휘관 중 한 명은 몇 년 전 카다피가 자신의 형을 숙청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반군에 투항했다고 반군 고위 간부가 AP통신에 말했다.
진격 방향도 중요했다. 지금까지 반군은 동쪽 벵가지에서 시작해 미스라타 등 항구도시와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전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카다피가 서쪽 산악지대에서 활동하던 게릴라 부대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바람에 쉽게 트리폴리를 내줬다고 미국 일간 LA타임스가 전했다.
미국과 나토의 지원도 반군 진격에 큰 힘이 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미국과 나토 관리들은 미국이 트리폴리 주변의 항공 감시를 대폭 강화한 것이 최근의 교착상태를 깨고 반군이 빠른 속도로 트리폴리에 진격할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미군은 24시간 감시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무인 전투기 프레데터를 동원해 주요 군사시설을 탐색·공격했다.
지금까지 7459차례 폭격을 가한 나토군은 지난 20일 29개 목표물에 공격을 가했는데 그중 22개가 트리폴리에 있는 것이었다. 출격 횟수는 39회였다. 작전 초기에는 60회 이상 출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토군의 정밀도가 향상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과 프랑스는 지상군 특수부대를 리비아에 파견, 반군의 훈련과 무장을 도왔다. 한 외교 관계자는 “리비아 정부군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지휘체계에 혼선이 오고 전투력이 감소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면서 “반면 훈련받은 반군은 최근 2∼3주 사이에 훈련과 장비 사용 등에서 큰 향상을 보였다. 이제는 반군의 전투력이 정부군을 뛰어넘는 때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