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조 이사장은 누구… 국세청 관료 출신의 ‘기부 천사’
입력 2011-08-22 19:01
조용근 이사장은 ‘9급 공무원의 신화’로 불린다. 1966년 3월 국세청에 9급 공무원으로 채용돼 대전지방국세청장을 거쳐 2004년 명예퇴직하기까지 38년간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했다. 2007년에는 한국세무사회 25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2년 뒤 연임됐다.
평생을 깐깐한 세무공무원으로 살아왔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 따뜻하다. 주변에서는 그를 기부천사로 부르곤 한다. 조 이사장은 30년 전부터 조그만 철제 저금통을 곁에 두고 한푼 두푼 돈을 모아 매달 불우 청소년들에게 보내왔다. 요즘에는 매일 1만원씩 넣고 있다.
조 이사장은 사무실 소파 옆 저금통을 가리키며 “내 출근 전표나 다름없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사무실에는 저금통이 하나 더 있다. 세무 상담을 한 고객들이 감사의 표시로 성의껏 넣는 저금통으로 이 역시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사용된다.
그는 서울국세청 조사관리계장으로 있던 94년 부모의 이름을 한 자씩 따서 만든 석성장학재단을 17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아버지가 남긴 5000만원을 종자돈으로 시작한 장학재단으로 2002년 본인 돈 3억원을 보탰고, 매년 조 이사장이 운영하는 세무법인 매출액의 1%가 장학금으로 적립돼 어려운 학생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중증장애인들을 지원하는 ‘석성일만사랑회’를 출범시켰다. 회원 한 사람이 1만원씩 지원해 쌓인 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다.
사랑회는 지난 3월 서울시내 중증장애인들에게 음성인식 전등스위치를 전달했다. 중증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벽에 달린 전기스위치를 작동하는 것인데, 움직이지 않고 음성으로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장치다.
그가 남을 돕는 데 발 벗고 나선 것은 어렸을 때 지독한 가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난을 경험해 보니까 주변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이 없는지 돌아보게 되더라”며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내 것을 나누는 만큼 부유해진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