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계 “반기문 총장 섭섭합니다”

입력 2011-08-22 21:42

“이번에는 다녀가실 줄 알았는데 솔직히 많이 섭섭하다.”

민주당의 한 친노무현계 인사는 22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친노계는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14일 출국한 반 총장이 방한 기간 중 노 전 대통령의 묘를 참배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반 총장은 결국 봉하마을을 찾지 않았다.

반 총장한테 노 전 대통령은 유엔의 수장이 되는 데 은인이나 다름없다. 그를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총장은 2008년 5월 노 전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데 이어, 그해 7월과 2009년 8월, 2010년 11월 방한 때에도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지 못했다.

봉하마을 관계자는 “이번에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국빈 방문이라 일정이 빡빡했는지 시간을 못 낸 모양”이라며 “그래도 반 총장이 권양숙 여사에게 안부전화를 걸어오셨다”고 말했다.

친노계는 크게 실망하는 눈치다. 급기야 참여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공개적으로 반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24일 출간될 자신의 책 ‘뚜벅걸음이 세상을 바꾼다’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를 사무총장으로 만들기 위해 전 세계를 한 바퀴 돌면서 직접 선거운동을 해줬고, 또 (평소에도) 반 총장을 정말 총애했었다”며 “그런 그가 장례식에 안 온 것은 물론, 장례식 2개월 뒤 제주를 다녀가면서도 김해에는 들르지 않더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일들 때문에 반 총장한테 인간적으로 실망했다”고 밝혔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