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 정경택 단장 “기초과학연구원장 후보 10여명… 외국 석학도 지원”

입력 2011-08-22 17:32


7년간 5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입지가 지난 5월 대전으로 결정됐지만 사업추진 과정에서 잡음이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내년 과학벨트 예산을 당초 교육과학기술부가 요구한 4100억원의 절반인 2100억원으로 삭감했다.

이를 두고 핵심요소인 기초과학연구원의 원장 선임을 올해 말 마무리 짓고 내년 초 개원과 함께 산하 연구단 선정 작업에 바로 들어가겠다던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 당국과 인식 차이가 커 저명 과학자나 우수 인재들이 기초과학연구원이나 연구단에 참여하길 꺼린다는 얘기도 들린다.

12월까지 과학벨트 기본계획 수립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교과부 과학벨트기획단 정경택 단장을 지난 19일 만나 진행상황과 추진일정 등을 들었다. 정 단장은 “지난달 초 마련한 과학벨트 추진 로드맵에 따라 기본계획 수립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며 24일 지방자치단체 등 이해관계자로 구성되는 과학벨트협의회 첫 회의가 열린다”면서 “시행안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다음달 이후 토론회 등을 통해 과학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특히 “과학벨트의 첫 단추라 할 기초과학연구원장은 현재까지 공모와 발굴을 합쳐 10여명이 후보군에 올랐다”며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인지도 높은 과학자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연말 과학벨트기본계획 수립까지 4개월 정도 남았는데.

“과학벨트 특별법에 따라 지난 4월부터 기초과학연구원설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산하 사무국에서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3개 워킹그룹(조직, 연구단 선정·운영, 건설 등)을 가동해 연구원 설립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입지 선정 이후 연구단 출범 등 세부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아 우려와 궁금증을 낳고 있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공개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밑그림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는 다음달 이후 공개해 과학계 의견을 듣겠다.”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선임은 어떻게 되고 있나.

“지난 7월 국내 신문과 네이처, 사이언스 등 해외 주요 저널에 원장 공모를 냈다. 다음달 말까지 후보 접수를 받는다. 별도로 원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명을 찾았다. 프라이버시 등이 있어 구체적으로 밝히긴 힘들지만 미국 유럽 등지의 인지도 높은 과학자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10월 중 인터뷰 등을 통해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하고 늦어도 연말까지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원장으로 임명할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연구단 선정 지연 및 사업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과학벨트 예산의 경우 사업추진 일정을 놓고 국과위와 교과부의 시각 차이가 있지만 이게 사업 축소를 뜻하는 건 아니다. 교과부는 내년 초부터 연구단 선정 지원,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 등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계획 중이지만 국과위는 이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상정하고 6개월 분 소요 금액만 반영한 것이다. 교과부는 당초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추진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추가 예산 확보 등을 계속 협의 중이다. 2012년 말까지 25개 연구단을 먼저 꾸리고, 단계적으로 확대해 중이온가속기가 완공되는 2017년까지 모두 50개 연구단을 구축할 것이다.”

-연구단이 기존 연구개발(R&D) 사업과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글로벌프런티어사업 등 기존 R&D사업은 단장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고 외부에 연구비를 나누어 연구를 분산하는 형태다. 하지만 연구단은 세계적 석학인 연구단장을 중심으로 연구조직을 구성해 한 곳에 모여 연구에 몰입하는 형태로 단장이 직접 연구를 총괄 수행한다. 단장은 예산, 인적구성 등에 대한 전권을 갖는 대신 3∼7년 단위로 철저한 평가를 받는다. 연구인력은 연구단별로 평균 50명 정도이나 연구주제에 따라 탄력적으로 구성된다. 노벨상에 근접한 우수한 연구자를 연구단장으로 모셔오면 그와 함께 일할 젊고 우수한 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들 것이다. 해외에 머물고 있는 포스닥(박사후과정), 신진 과학자 등 우리나라 우수 두뇌가 국내로 유입되는 ‘브레인 리턴(Brain Return)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 분야 중복에 대한 우려도 있다.

“기존 R&D 사업의 연구 분야는 정부의 사전기획 아래 목적지향적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는 미지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지금껏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연구단의 연구 주제는 사전에 정하지 않고 세계적 석학을 우선 유치한 뒤 원하는 분야를 정하게 된다.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유사한 분야라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우수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면 문제되지 않을 걸로 본다.”

-한국형중이온가속기(KoRIA) 구축 일정도 늦어지나.

“2017년까지 구축을 완료하고 2018년 시운전이 목표다. 마라톤처럼 스타트가 조금 늦었다고 문제 되는 건 아니다. 사업추진에 앞서 기존 결과를 되짚어 보고 더 다지고 가면 된다. 지난 2월 끝난 개념설계 내용에 대한 기술적 실현 가능성, 비용·일정 타당성, 국제협력 방안 등에 대해 국제자문을 받고 있다. 늦어도 다음달 중순 이전에 국내에서 종합자문회의를 개최해 상세기술 설계 착수시점 등 일정을 조율할 것이다.”

-대전시와 거점지구(신동·둔곡) 부지 매입비 부담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현재 국토연구원에서 거점지구의 공간배치를 위한 용역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이곳에 들어설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의 구체적 입지 및 기타부지 용도가 결정된다. 연말 이 부지 조성계획안이 확정돼야 정부 전담 혹은 지자체와 분담 여부 논의와 최종 결정이 가능하다.

글·사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