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전쟁중에 ‘물먹는’ 친환경 급식
입력 2011-08-21 19:05
서울 각급 학교의 친환경 급식이 삐걱거리고 있다. 우수 급식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된 서울친환경유통센터의 친환경 식재료 제공률이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채소값 급등과 서울시의 관련 지원 예산 삭감에 따라 학교들이 친환경 식재료 공급 신청을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친환경 농축산물을 일선 학교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친환경유통센터를 세웠다. 이 센터는 계약을 맺은 학교가 요청하는 만큼 산지에서 재료를 가져와 안전검사를 거친 뒤 학교에 공급한다. 지난해 초·중·고교 270곳이 센터와 계약했고 올해는 참여 학교가 581곳(전체 학교의 45%)으로 늘었다.
그러나 센터가 제공하는 식재료 중 친환경 식재료 비중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센터가 공급한 농축산물 4557t 가운데 친환경·우수 식재료는 3491t으로 전체의 74.8%를 차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 21일까지 제공된 식재료 6023t 중 친환경 재료는 3282t으로 54.5%에 불과했다. 센터 관계자는 “아직 2학기 급식 물량이 남아 있어 예단하기 어렵지만 지난해보다 학교들이 친환경 식재료를 덜 신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의 신청이 줄어든 것은 폭우와 구제역 등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고 서울시 지원 예산도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는 친환경 식재료 구입에 43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 주도로 초등학교 1∼4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급식이 실시되자 서울시는 초등학교 친환경 식재료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 교육격차해소과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이미 무상급식 예산으로 식재료 지원을 받기 때문에 친환경 식재료 지원을 하게 되면 이중 지원이 된다”면서 “무상급식이 아닌 중·고교에만 친환경 식재료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한 끼에 2457원이 제공되는 무상급식 예산만으로는 일반 식재료보다 10% 이상 비싼 친환경 식재료를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한 초등학교 영양사는 “친환경 식재료는 적은 양밖에 살 수 없어 음식이 금세 동난다”고 말했다. 김윤두 한국유통혁신연구원 대표는 “학교들이 지역별로 급식지원센터를 형성해 산지와 직거래함으로써 유통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친환경 식재료 공급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