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 엎드린 ‘헐크’… SK 이만수 감독대행 “김성근 전 감독 스타일 유지”
입력 2011-08-21 22:48
헐크가 잔뜩 위축된 모습이다.
‘헐크’ 이만수(53) SK 와이번스 감독 대행이 20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감독 데뷔 첫 승을 기록한 이후 “김성근 전 감독에게 영광을 돌리겠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이 대행은 이날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야구 색깔에 대해 묻는 질문에 “나는 아직 감독 대행이다. 김 감독님이 한 대로 계속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식으로 감독이 됐을 때 내 스타일을 보여주겠다. 이전까지는 김 감독님이 해 온 대로 이어갈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행은 팀이 1대 9로 대패한 21일 롯데 경기에서도 덕아웃에서 감독석에 앉지 않고 경기 내내 선 채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이 대행이 몸을 한껏 낮추고 있는 것은 지난 18일 전격 교체된 김 전 감독을 그리워하며 이 감독 대행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SK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행이 첫 지휘봉을 잡은 18일 삼성전에서 팬들은 김 전 감독의 이름을 부르며 감독 경질 항의 시위를 했다. 특히 경기 종료 후 그라운드까지 난입해 SK 유니폼을 불태우기도 했다.
앞서 이 대행은 트레이드 마크인 함박웃음을 지으며 감독으로서의 비전을 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팬들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인천 예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 전 감독에 빗대 이 대행을 배신자의 아이콘인 가룟 유다와 연결, ‘유다 만수’로 부르고 있다. 이 대행은 “구단은 팬이 없으면 존재 가치가 없다. 팬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김 감독님을 사랑했는지 잘 안다. 힘들겠지만 SK가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팀이 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LG는 선발 김성현의 호투를 앞세워 선두 삼성을 1대 0으로 이기고 실낱같은 4강 진입의 희망을 이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김기태 수석 코치 등 LG 코치진은 심기일전을 위해 삭발을 하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KIA는 에이스 윤석민의 호투와 김주형의 그랜드슬램에 힘입어 넥센을 9대 5로 꺾고 6연패 사슬을 끊었다. 윤석민은 시즌 14승(4패1세이브)째를 챙기며 다승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한화는 두산을 5대 1로 물리치고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한화 선발 송창식은 5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처리해 2004년 8월 4일 롯데전 이후 무려 2573일 만에 선발승을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모규엽 기자